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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원이 3년간의 논의 끝에 안락사법을 통과시켰다. '존엄하게 죽은 권리'를 인정한 것으로, 동시에 강력한 규제를 부과해 특수한 조건에서만 안락사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캐나다처럼 안락사의 조건을 느슨하게 적용하자 발생한 여러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는 매우 제한적인 요건 하에서만 안락사가 허용된다. 

프랑스 하원, 안락사법 의결 : '존엄하게 죽을 권리' 인정하며, 캐나다 참고해 엄격한 제한 규정도 넣었다
국회의원들의 안락사법 표결 결과가 2026년 7월15일 프랑스 파리 국회의사당 스크린에서 나오고 있다. 찬성표는 291표, 반대표는 241표로 확인된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하원은 15일(현지시각) 엄격한 조건 하에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다고 여러 외신이 전했다. 찬성표는 291표로 반대표보다 50표 많았다. 

의사가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와는 달리 적극적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추천한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조력 존엄사, 혹은 조력자살이라고도 불린다. 프랑스에서는 그간 연명치료 중단만 허용됐기에 적극적 안락사를 원하는 프랑스인들은 벨기에, 스위스 등 적극적 안락사가 허용된 나라로 이동해 적극적 안락사를 신청해야 했다. 

프랑스는 이번 법안 통과로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전 세계 11개국에 합류하게 됐다. 이번 안락사법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기 임기 동안 내세운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마크롱 대통령은 이 법을 "프랑스식 임종 선택 모델"이라고 불렀다.  

프랑스에서는 적극적 안락사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무작위로 추첨된 일반 시민들이 국가의 주요 정책이나 법안을 토론하고 권고안을 만드는 시민의회 제도를 운영하는데, 2023년 시민의회에서 184명의 시민 중 적극적 안락사에 찬성하는 비율이 75.6%에 달하는 등 안락사 허용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존엄사권협회는 AP통신에 "이 법안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고통을 끝낼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적극적 안락사 반대 단체인 알리앙스 비타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즉시 고통 완화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죽음을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결코 고통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대응이며 인간의 존엄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가 이번에 통과시킨 안락사법은 적극적 안락사가 허용되는 대상과 절차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이 안락사법은 만 18세 이상의 프랑스인 또는 합법적으로 프랑스에 거주 중인 성인이 대상으로 △진행성 또는 말기 단계의 치명적인 불치병을 앓고 있으며 △약물 치료가 듣지 않고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으며(순수한 정신적 고통만은 인정하지 않는다)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가 안락사를 신청하면 의사와 의료 전문가 패널이 최대 15일간의 심사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승인이 나면 환자는 최소 이틀간의 숙려 기간을 가지고, 이후 원하는 장소에서 직접 치사 물질을 투여한다. 환자가 스스로 물리적 투여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의사나 간호사의 의료적 개입이 허용된다. 

이렇듯 엄격한 조건을 넣어놓은 까닭은 다른 나라에서 조건을 완화시킨 후 여러 부작용이 일어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규제 완화했다가 자살방법으로 안락사 택하는 경우 속출

캐나다에서는 적극적 안락사 신청 대상을 확장하면서 과연 정말 필요한 경우인지 검토하는 과정을 신설하지 않아 안락사에 관한 논란이 커졌다.  

본래 캐나다 안락사법은 적극적 안락사 신청 대상을 △심각한 질병이나 장애를 앓고 있고 △질병이 회복 불가능하게 말기 단계에 도달한 상태이며 △견딜 수 없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고 △자연사가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시점에 이르렀을 경우에만 허용됐다. 

그런데 2020년 12월에 캐나다 정부는 법을 개정해 말기 환자가 아닌 경우에도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허용했다. 캐나다는 당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안락사 요청 사례를 검토하는 위원회도 없었고 △간호사에게도 적극적 안락사 진행을 허용했으며 △의사들이 의학적 조언을 할 때 적극적 안락사를 선택지 중 하나로 제시할 수 있었고 △모든 치료 대안을 다 소진하지 않았음에도 의사가 적극적 안락사를 권하는 것을 허용됐다. 

이후 적극적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자살의 한 방식으로 안락사를 활용하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이중 심각한 고통이나 장애가 아닌 가난, 노숙 등의 이유만으로 적극적 안락사를 신청하고 심지어 허용된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논란이 됐다. 

이에 노인 인권과 장애 인권, 빈곤 문제를 다루는 세 명의 유엔 전문가들은 2021년 2월 캐나다 정부에 성명서를 보내 "캐나다의 안락사법이 유엔 세계인권선언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법은 장애인들에게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고 국제 인권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캐나다의 의무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캐나다에서 몇몇 장애인들이 과도한 의료비용 때문에 적극적 안락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알려지면서 안락사법은 더욱 논란이 됐다. 앨버타 대학교 하이디 얀츠 장애 윤리학과 겸임 조교수는 2022년 8월11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캐나다에서 장애인은 지원을 받기 위해 너무나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며 "이러한 장애물이 결국 안락사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적인 고통만으로 적극적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도 논란이 됐다. 정신질환자들에게 치료가 아닌 안락사를 권하는 경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캐나다 하원과 상원은 지난 6월17일 발표한 합동 안락사 위원회 보고서에서 "정신 질환으로만 고통받는 사람들을 안락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 '적극적 안락사법'은 국회에서 계류 상태

한국에서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요하는 방식의 적극적 안락사는 허용되지 않고,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만 허용된다. 이 경우에도 담당 의사 2인으로부터 '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 환자 본인의 의사가 확인될 때만 허용된다. 

한국에서 적극적 안락사 논의는 2022년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력 존엄사법'을 처음 발의하며 국회에서 시작됐다. 안 의원은 2024년 7월 다시 '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했으나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은 △말기환자에 해당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있으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실제 안락사 진행은 △담당 의사와 전문의 2명으로부터 회생 가능성이 없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있다고 진단받은 말기환자 본인이 조력존엄사 요청을 하고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의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아 △1개월이 경과한 후에 환자가 재요청을 할 경우에 한정했다.  

국내에서는 적극적 안락사에 관해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5년 2월 성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적극적 안락사 합법화에 관해서는 응답자 가운데 82%가 찬성했다.

응답자 중에서는 찬성 이유로 '무의미한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을 선택한 비율이 41.2%로 가장 높았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27.3%), '죽음의 고통을 줄일 수 있기 때문'(19.0%)이 그 뒤를 이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2022년 성명서를 내서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질높은 생애말기 돌봄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위험 역시 내포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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