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행사를 통해 측근들과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챙기고 정치적 논란을 덮어왔다는 '스포츠워싱'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두 번째 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2026년 7월1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레이싱카가 전용 구역인 피트로 들어와 타이어 교체, 차량 수리, 기계적 조정을 진행하는 피트 스탑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프리덤 250 그랑프리' 행사를 시연하며 오는 8월22~23일 대회가 열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프리덤 250 그랑프리는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수도인 워싱턴 D.C. 한복판에서 개최된다.
이번 그랑프리는 타이어가 차체 밖으로 노출되고 바퀴 덮개인 펜더가 없는 오픈 휠 자동차 레이싱 대회로 '인디카'라는 흥행업체가 주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례 없는 행사"라며 "자동차들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시속 190마일(약 306km) 이상, 심지어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질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앞뜰에서 해당 차량이 전용 구역인 피트로 들어와 타이어 교체, 차량 수리, 기계적 조정을 진행하는 피트 스탑 시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행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주목과 관심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인디카의 소유주인 로저 펜스키와 가까운 관계를 자랑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0월 로저 펜스키를 백악관으로 불러 수십 년간 미국 모터스포츠 산업을 이끌고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공로를 인정하며 민간인에게는 최고 영예인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했다.
이후 펜스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캠페인에 4만5천 달러(약 6700만 원)을 기부하고 2025년 4월9일에는 나스카, 인디카, IMSA 스포츠카 챔피언십 드라이버 및 차량과 함께 백악관을 방문했다.
지난 6월14일 백악관에서 열린 UFC 프리덤 250 행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과의 유착 의혹이 있었다. 당시 UFC 행사로 백악관은 격투기장으로 변모했는데, 로이터는 6월11일 발표한 여론조사(미국 전역 4531명 성인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16%만이 격투기 행사를 백악관에서 개최하는게 적절하다고 답했고 46%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투기 행사가 진행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격투기 및 레슬링 단체들과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데이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둘의 인연은 2001년으로 거슬러간다. 화이트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자 및 후원자 중 하나로, 2020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에 100만 달러(약 15억 원)를 후원했다.
UFC는 프로레슬링 단체 WWE와 합병해 모회사인 TKO홀딩스를 설립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WWE와도 인연이 있다. 린다 맥마흔 WWE 전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했고, 2기에서는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당시 외신은 이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레슬링, 격투기 업계의 밀착 의혹은 후원과 매관매직 의혹에만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UFC의 모회사인 TKO홀딩스의 주식을 보유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의혹도 존재한다.
허프포스트US는 5월29일 "트럼프 대통령은 UFC 이벤트를 홍보하기 지난 3월25일 1만5천~5만 달러(약 2200만~7500만 원) 규모의 TKO홀딩스 주식을 샀다"고 보도했다. UFC 이벤트 후 TKO홀딩스 주식은 6.2%포인트 증가했다.
이번 8월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카레이싱을 주관하는 인디카는 TKO홀딩스와 달리 상장한 기업은 아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UFC 행사 때처럼 직접적으로 주식투자를 통해 사익을 추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다만 인디카를 소유하는 펜스키엔터테인먼트의 지분 중 3분의1이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보수 언론 폭스뉴스의 소유인 만큼 인디카가 성공하면 폭스뉴스도 유리할 수 있어 유착 의혹이 있다.
폭스뉴스와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에 들어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숀 더피 교통부 장관, 마이크 허커비 주 이스라엘 대사 등 폭스뉴스 관계자들을 요직에 앉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행사로 국민들의 관심을 정치에서 돌리려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외신은 소위 '스포츠워싱'으로 국가의 인권 탄압, 부패, 환경 파괴등 부정적인 이슈를 덮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뉴욕타임스 산하의 스포츠 전문 매체인 디애슬레틱은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세 가지 방식으로 스포츠를 정치화하고 있다"며 "스포츠 선수들의 백악관 방문, 주요 스포츠 경기 방문, 자신의 정치적 의제 등을 가까운 스포츠 경기장에서 표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디애슬레틱은 스포츠 선수들의 백악관 방문은 본래 정치적인 행위가 아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수가 참석을 거부할 경우 '극단적 좌파' 등의 딱지를 붙여 방문 자체를 정치적 행위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유명 스포츠 경기에 참석해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중하게 하고, UFC나 카레이싱같이 자신의 지지층인 젊은 보수 백인 남성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지지율을 올리려 하고 있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는 지난 6월14일 백악관 앞뜰에서 치뤄진 UFC 경기를 두고 "이란 전쟁으로 유발된 휘발유 가격 폭등에서 국민들의 주의를 돌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백악관 앞 UFC 경기나 레이싱 경기를 두고 로마제국 황제가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려는 수법과 유사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코넬 대학교의 마이크 폰테인 고전학 교수는 UFC 경기를 검투사 경기에 비유하며 PBS에 "고대 로마에서는 이를 '빵과 서커스'라고 불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