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조만간 공개한다고 밝혔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영국 등 세계적으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려는 입법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유사한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음에도 국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 AFP통신=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1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동·청소년에게 소셜미디어 플랫폼 접근을 제한하는 법안을 올해 여름 이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현실세계에서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알고리즘에 앞서 스스로의 정체성과 성격을 형성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차단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나온 것이다. 유럽연합은 집행위원회 전문가 권고안을 바탕으로 관련법안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이 공개할 법안은 연령대에 따라 단계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3세 미만 아동은 스크린 사용을 금지하고, 13세 미만은 SNS 이용을 차단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3~12세는 보호자 감독 아래에서만 SNS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소셜미디어 기업의 책임을 명시하는 조항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7개 회원국 사이 협의와 실효성 논란이 법제화의 장애물로 꼽히고 있어 최종 입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국회, 아동·청소년 SNS 제한 법안 발의만 되고 공전 중
한국에서도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의존도를 규제하려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공전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국회에 계류되고 있는 관련법안은 약 7건 정도로 파악된다. 이들 법안은 세부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청소년에게 유해한 게시물의 자동노출을 제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발의된 법안들은 청소년을 겨냥한 알고리즘 추천을 제한하거나 콘텐츠 노출 시 부모 동의를 요구하는 내용, 14세 이하 청소년의 SNS 가입 금지, 하루 SNS 이용 시간 제한 등 다양한 방식을 담고 있다.
올해 4월에는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 등 13인이 발의한 지능정보화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로 회부되는 등 아동·청소년의 SNS '가입 제한'부터 '알고리즘 규제'까지 아우르는 법안들이 잇따라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발의된 법안들은 모두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오랜 심사를 받고 있을 뿐 실질적 진전은 없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 SNS 기업 등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청소년 유해 콘텐츠 노출 제한 조치를 취하는 사이, 한국 정부와 국회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같은 정책적 공전 배경에는 여야 모두 당권경쟁에 매몰돼 있는 정치권의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1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현재는 당대표 선출방식(경선룰)을 두고 국회의원들 사이에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도 6·3 지방선거 패배 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퇴진요구가 거세지면서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에 공개 설전이 벌어지는 등 내부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 모두 당내 권력다툼에 정치적 역량을 쏟아붓는 사이에 세계 각국이 속도를 내고 있는 아동·청소년 SNS 보호 입법은 한국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