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희토류를 글로벌 공급망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프랑스와 일본이 손잡고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려 ‘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도 끝내 완성하지 못한 ‘탈중국 공급망’을 일본과 프랑스가 성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6년 4월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한-프랑스 경제계 미래대화 폐회식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최근 ‘희토류 및 영구자석 국가 회복 탄력성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으로 공급망 재구축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자석, 반도체·배터리 공정, 정밀 센서·레이더 등 첨단 제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광물이다.
프랑스는 중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과 손을 잡고 공급망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토분쟁을 중국과 벌이면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겪은 뒤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온 바 있다.
프랑스와 일본, 정제·재활용·조달 다변화로 자립화 시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6년 5월19일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가 올해 5월 내놓은 ‘희토류 및 영구자석 국가 회복탄력성 계획’은 2030년까지 유럽 내 중희토류(전기차·방산 등에 쓰이는 고가 희토류) 수요를 100%, 경희토류(일반 산업·세라믹용 희토류) 25%를 자체 생산으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프랑스는 남서부 및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희토류 정제 및 재활용 허브를 조성하고 있으며, 2027년 생산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가 추진하는 희토류 조달 다변화 정책에는 일본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자원공사(JOGMEC)는 프랑스가 추진하는 희토류 정제·재활용 공장 건립 프로젝트에 약 1억 유로(한화 약 1700억 원)를 투자해 2027년 이후 일본 내 중희토류 수요 일부를 프랑스와 함께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일본은 센카쿠 사태 이후 비중국권 희토류 공급원을 꾸준히 넓혀온 경험을 프랑스와 공유하면서 희토류 공동조달과 재활용 모델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연합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보조금과 세액공제, 투자펀드 조성 등을 통해 완성차 및 방산기업의 희토류와 영구자석 조달 다변화 로드맵을 구체화하면서 일본과 협력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 경제안보 전문가들은 프랑스와 일본의 희토류 자립 계획이 중국 공급망을 단숨에 대체하겠다는 구상이 아니라, 유럽 일본 미국 등 우호국들이 나눠 비중국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현실적 시도로 바라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4월 희토류 보고서에서 "안정적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공급처 다면화, 전략적 비축, 재활용 및 대체 기술투자, 우호국 사이 협력을 결합한 종합적 전략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미국도 못 넘은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6년 6월8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최의 환영 만찬에서 방북 소회를 밝히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프랑스와 일본의 협력을 두고 중국의 거대한 희토류 패권에 대응하기 위한 절박한 생존전략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미국도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을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 재가동과 희토류 가공설비 투자, 국방부 지원을 통한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완결형 가치사슬을 만드는 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로이터와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희토류 시장에서 채굴의 과반, 정제·가공의 약 80~90%, 영구자석 생산의 약 9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 이후 희토류와 관련 수출 허가제와 기술 통제를 강화해 공급망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또한 중국은 2026년 6월 미국 내 희토류 채굴 및 가공기업인 MP머티리얼즈와 중희토류·영구자석 수직계열화 기업인 USA레어어스 등 미국 관련 기업들을 수출통제 리스트에 올리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단순히 물량만 쥔 것이 아니라 가격과 공급 타이밍까지 조절한다는 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2025년 희토류 수출량은 전년 대비 약 13% 증가해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중국이 필요에 따라 통제를 강화하거나 공급을 늘리며 시장을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 금융 원자재 정보제공업체 S&P글로벌은 2026년 희토류 공급 병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중국의 수출 규제와 생산·쿼터 통제가 글로벌 공급망 혼란과 가격 변동성을 지속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에 실패한 경험은 프랑스와 일본에도 타산지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처럼 막대한 자금과 정책 지원을 동원하더라도 독자 체계를 단기간에 세우기는 어렵고, 중국이 가격 경쟁이나 수출 통제로 대응하면 신규 프로젝트의 수익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