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계신 IT 동료 여러분, 임금이 지급되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경영진을 보신 적 있습니까? 경영 실패의 책임이 왜 우리의 고용불안으로 돌아와야 합니까?"
카카오가 창사 이래 첫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판교역 광장과 유스페이스 일대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크록스와 샌들, 슬리퍼를 신은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의 행렬로 가득 찼다. 조끼를 입고 투쟁하는 여느 노조 집회와 달리, '일하다 나온 직장인들'의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이들은 "경영 실패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지 말라"며 판교 사거리를 가로질러 행진했다. 익숙한 IT 기업의 출입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걸음을 멈추고 '크록스 부대'의 행렬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카카오 노조가 10일 판교 유스페이스 광장에서 '카카오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카카오 노조(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10일 ‘카카오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곳의 조합원들이 모였다.
노조는 현장 집회에 참여한 인원을 800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집회 참석과 관계없이 부분 파업(오프)에 동참한 인원은 1천 명을 넘어섰다. 노조는 전체 법인 기준 1500명의 조합원 및 비조합원이 이날 집단행동에 함께했을 것으로 봤다.
노조는 판교역 광장에 모여드는 집회 참여자들에게 검은색 티셔츠와 우산을 나눠주며 "고용불안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검(은색 티셔츠)과 방패(우산)'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티셔츠에는 ‘단결투쟁', ‘우리 함께, 크루유니언’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날 집회는 판교역 일대를 행진한 후 유스페이스 광장에서 본집회를 여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노조의 행렬은 판교에 위치한 NC, 네오위즈, NHN, 넥슨 등 IT 기업 사옥을 차례로 지나며 "IT 동료 노동자 여러분"이라고 외치며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 매각 과정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엑스엘게임즈 사옥 앞에서는 "실질적 사용자인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는 고용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책임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본집회에서 단상에 오른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수조 원 규모의 투자 실패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사업만 정리하니, 엑스엘게임즈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정리해고와 고용불안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용불안을 방치하고 성과는 독점하면서 실패의 책임은 나누지 않는 구조를 깨부수지 못하면 노동자의 권리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카카오의 진짜 경쟁력이며, 진짜 쇄신은 경영진이 아니라 크루(직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사측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대화와 교섭에 임하지 않을 경우, 오는 29일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로그오프데이(연차 파업)'를 계획하고 있다고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