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 플랜트 사업 호조와 현대차그룹 수소 생태계 합류로 외형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전체 부채의 93%가 1년 내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로 채워지는 등 단기 재무 리스크가 심화하고 있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 플랜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연결기준 현대엔지니어링 매출 가운데 해외 플랜트·인프라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1.9%로 국내 건축·주택 사업부문(35.7%) 다음으로 높았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 해외 플랜트·인프라 사업의 매출 비중은 확대되는 모양새다. 2023년 24.7%였던 해외 플랜트·인프라 사업 매출 비중은 2024년 15.4%로 축소됐다가 2025년 25.5%로 다시 상승했다.
국내 주택 시장이 공사비 상승과 분양 침체로 정체된 상황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이 같은 플랜트 중심 드라이브는 최근까지도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연간 50억㎥ 규모의 원료가스를 처리하는 카자흐스탄 '카라차가낙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수주가 대표적이다.
이로써 현대엔지니어링은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 이어 카자흐스탄까지 중앙아시아 주요 3개국 플랜트 시장 진출을 확대하며 안정적 트랙 레코드를 구축했다.
이러한 플랜트 사업 경쟁력은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미래 탈탄소 전략인 '수소 밸류체인' 구축과도 연결돼 있다. 지난 1일 현대건설과 R&D 조직을 통합해 출범한 'HMG건설기술연구원'은 그룹 내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역할이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체질 개선과 재무 구조 재편의 중심에는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있다. 주 사장은 기아 재경본부장(CFO)과 현대제철 재무관리실장 등을 거친 현대차그룹 내 재무 전문가다.
건설업 경험이 없음에도 2025년 초 대표이사에 선임된 배경을 두고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안정성 강화와 수익성 관리에 초점을 둔 그룹 차원의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주 사장 취임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은 2025년 277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국내 사업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지속적으로 유동성 확보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 사장 취임 이후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 및 주택 시공 현장의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 여파는 아직까지 현대엔지니어링이 국내 정비사업 및 주택 수주에 뛰어들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다.
문제는 국내 수주 제한에 따른 현금 흐름 악화가 해외 플랜트 사업의 선투입 자금 부담과 맞물리면서 재무 지표의 착시 현상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의 표면적 부채비율은 2024년 241.3%에서 2025년 219.7%, 2026년 1분기 205.9%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실질적 부채의 질은 악화됐다. 전체 부채(6조4709억 원) 가운데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가 6조259억 원으로 93.1%를 차지한다.
자금 조달의 단기 의존도도 심화됐다. 이자 부담이 따르는 단기차입금은 2025년 말 9300억 원 수준에서 2026년 1분기 1조2350억 원으로 한 분기 만에 3050억 원이 급증했다.
반면 현금및현금성자산은 같은 기간 1조3888억 원에서 8640억 원으로 5248억 원 급감했다. 국내 주택 사업 위축으로 분양대금 등 정기적 현금 유입은 줄어든 반면, 초기 비용 투입이 큰 해외 대형 플랜트 고정비 지출을 단기 차입으로 조달하면서 자금 구조의 불균형이 발생한 결과다.
안전 리스크로 초래된 국내 주택 사업 부진의 공백을 해외 플랜트 실적으로 만회하는 과정에서 단기 유동성 압박이 가중된 만큼, 향후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자금 운용 최적화가 주 사장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