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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의 언어가 학교 밖에 걸렸다.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이라는 학교 앞 현수막과 함께 '동성애는 배워서 되는 것'이라는 오래된 혐오 프레임이 서울시교육감 선거판에 등장했다

'동성애는 영향을 받아 생긴다'는 논리는 오래된 혐오의 재탕에 가깝다. 영화 '밀크(2010)'는 그 장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성애는 교육 탓인가? :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의 '성소수자 혐오' 경쟁에 하비 밀크가 남긴 질문
서울에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 문구 담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왼쪽). 영화 '밀크' 스틸 컷. ⓒ연합뉴스/마운틴 픽쳐스

영화 속 1970년대 미국에서는 '동성애는 보고 배우는 것'이라는 혐오 섞인 논리가 사회를 뒤흔들었다. 당시 보수 정치인 존 브릭스는 동성애자 교사 해고 법안을 두고 "학교에 동성애자 교사가 있으면 학생들이 동성애를 배우게 되고 결국 동성애자가 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에 맞서 커밍아웃 동성애자로서는 미국 최초로 선출직 공직에 오른 인물인 하비 밀크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은 "만약 아이들이 주변 환경을 보고 그대로 배우는 것이라면 이 세상의 모든 게이 청소년들은 이성애자 부모 밑에서 이성자애자 교사들에게 배우고 이성애자 사회에서 자랐는데 어떻게 게이가 된 것이냐"며 단 한 문장으로 그 프레임을 뒤집어버렸다.

이 말은 성적 지향은 학습이나 유혹, 전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짚는 동시에, 이성애 중심 사회 안에서도 성소수자들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었다. 결국 하비 밀크는 동성애자라는 '존재' 자체가 교육으로 만들거나 지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아이들 교육보다 혐오 구호에 몰두한 교육감 선거

1970년대 활약한 하비 밀크가 50여 년이 지나 2026년 6·3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다시 소환되고 있다. 교육의 수장을 뽑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성소수자 혐오 경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는 교육 탓인가? :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의 '성소수자 혐오' 경쟁에 하비 밀크가 남긴 질문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표심을 겨냥한 혐오의 언어는 노골적이었다. 세 번째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보수 성향의 조전혁 후보는 2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급진적 젠더, 퀴어, 동성애 교육이 학교 담벼락을 넘어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는 앞서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개최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특히 조 후보는 서울 시내 곳곳에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해당 표현은 차별과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옥외광고물법 가이드라인 위반 지적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수위는 낮아지지 않았다. 현행 옥외광고물법과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거나 차별적 표현이 담긴 현수막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

"성소수자 학생 존재 부정, 혐오 조장하는 행위"

이 현수막을 보며 상처받는 이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선거가 ‘성소수자 혐오 경쟁’ 양상으로 번지자 교육계와 시민사회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과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2일 성명을 내고 "들고 나온 공약이 시대에 뒤떨어진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이라며 "이는 성소수자 학생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을 넘어, 노골적으로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현수막 철거도 함께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성소수자위원회도 26일 성명을 통해 "사실상 교육 현장에 존재하는 성소수자 구성원을 배제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특정인을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명백히 금지한다"고 지적했다.

동성애는 교육 탓인가? :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의 '성소수자 혐오' 경쟁에 하비 밀크가 남긴 질문
김영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성향의 김영배 후보 역시 성소수자 혐오 경쟁에 나섰다. 그는 27일 기자간담회에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등장했다. 김 후보는 "교육을 오염시키는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왜 동성애를 반대하는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지 제대로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같은 보수 진영 후보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류수노 후보는 두 후보의 공약에 대해 "특정 집단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며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절대 해서는 안 될 공약"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문제는 이런 표현들이 선거운동의 발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후보들이 사용하는 '동성애 반대' 같은 표현은 특정 집단을 배제하거나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고, 결국 학생들에게 혐오와 차별을 학습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성애는 교육 탓인가? :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의 '성소수자 혐오' 경쟁에 하비 밀크가 남긴 질문
김영배(맨 왼쪽부터), 류수노, 윤호상,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교육 행정의 수장을 뽑는 선거를 넘어, 우리 교육계와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학교라는 공간은 서로 다른 존재를 포용하면서 공존의 가치를 가르치는 곳이 될 수 있는가,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은 향후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할 것인가, 이번 교육감 선거는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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