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은 JB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핵심 자회사들이다. 올해 1분기 JB우리캐피탈의 약진으로 JB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가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JB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의 약 60%를 두 은행이 책임지고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그룹의 명운을 쥐고 있는 두 은행이 이사회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두 회사 모두 7명의 이사 중 1명이 대표이사, 1명이 상임감사위원(사내이사), 1명이 지주 출신의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나머지 4명은 사외이사로 채워져 있다. 사외이사의 전문성이 경제, 회계, 금융 등 분야의 사외이사 3명,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까지 유사하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의 구성마저도 보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감사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로 똑같다.
JB금융지주의 '양 날개'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은 매우 유사한 이사회 구조를 보인다. 사진은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허프포스트코리아
이처럼 비슷한 이사회 구조 속에서 두 은행은 이사회의 구조적 측면에서도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은행의 이사회에 지주회사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게 투사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사회의 전문성 측면에서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 지주 CFO의 두 은행 보상·리스크 관여, 은행권 관행이지만 단기 성과주의 우려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두 은행 모두에 비상임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송종근 J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다.
송 CFO는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양쪽에서 비상임이사를 맡으면서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두 은행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에 나란히 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주사 CFO가 개별 은행 주요 임원의 보상 기준에 관여하는 구조는 은행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 경영진이 장기적인 고객 신뢰 확보나 내부통제 강화보다는 단기적 재무 지표(KPI) 달성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하게 만들 구조적 여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임이사는 기본적으로 지주와 은행 사이 소통을 원활하게 해 서로 유기적 협력 관계를 만드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주사 소속 임원으로서 그룹 전체의 수익성과 재무 목표를 우선시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개별 은행의 장기적 건전성이나 고객 이익보다 지주사의 단기 실적 관리에 유리한 방향으로 보상 기준 등에 영향을 미칠 유인이 구조적으로 내재돼 있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ESG기준원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물론 비상임이사의 자회사 이사회 참여가 단순히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만의 특수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나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비슷한 지배구조를 보이고 있는 등 국내 은행권에 자리 잡은 관행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부 시중 은행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까지 비상임이사가 소속돼있는 반면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는 비상임이사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부 시중은행보다는 독립성 측면에서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들의 직접적 경쟁자인 다른 지방은행들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그리고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 등은 이사회 내 모든 소위원회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은 임추위와 내부통제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와 상임감사위원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 지주에서 자회사로 이동한 사외이사, 실질적 독립성 과제로
사외이사진의 구성을 살펴보더라도 지주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광주은행이 올해 새로 선임한 김우진 사외이사와 전북은행이 2024년 선임한 정재식 사외이사가 그 사례다. 두 사람은 모두 JB금융지주 사외이사에서 임기가 종료된 뒤 자회사인 은행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김우진 이사는 2026년 3월, 정재식 이사는 2024년 3월에 각각 지주에서 은행으로 이동했다.
지주 사외이사 출신이 곧바로 은행의 사외이사로 오는 것이 법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일은 아니다.
다만 지주사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은행 경영진과 그룹 전략을 감시·의결하던 인물이, 임기 직후 해당 자회사의 사외이사가 되는 것은 실질적인 독립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 이미 해당 그룹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자회사 이사회를 온전한 외부의 시선으로 감시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외이사 후보군 자체가 좁은 은행권의 현실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겸직 금지 등의 이유로 사외이사 후보자를 하나씩 배제하다 보면 실질적으로 선임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 자격이 충분하고 결격사유가 없는 분들이 돌아가면서 사외이사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외이사 세대교체에도 전문성 다양화는 숙제, IT전문가 소비자 전문가 찾아보기 힘들다
사외이사진의 전문성 부족 역시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전체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절반을 교체하며 변화를 주었지만, 여전히 IT(정보기술) 전문가나 금융소비자 보호 전문가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전북은행 이사회에 합류한 전영순 교수는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명예교수로 경제 분야 전문가이며, 문성인 변호사는 검사 출신의 법조인이다. 이번에 광주은행에 합류한 윤만호 이사와 김우진 이사 역시 각각 은행권 출신,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력을 지닌 정통 금융전문가들이다.
최근 은행업계에서 디지털 전환과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사회가 다양한 관점에서 경영진을 견제하고 조언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전문성을 고루 갖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은행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차원에서 IT전문가나 소비자 전문가를 이사회에 포함하라고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국내 8개 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다양화하고, IT·보안·금융소비자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를 최소 1명 이상 포함할 수 있도록 이사회 구성 기준을 개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