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표적 수사’를 펼치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결국 피의자로 수사를 받게 됐다.
윤석열 정부의 ‘이재명 사냥’을 향한 첫 번째 반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 검사가 국회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왼쪽). 박 검사가 같은 날 국회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대화를 나누며 연락처를 받고 있다. ⓒ유튜브 방송 구교형의 정치비상구 갈무리
박 검사는 이제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수사를 받게 됨에 따라 ‘정치검사의 몰락’을 상징하는 사례가 될 위기에 처했다.
2차 종합 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은 9일 “박상용 검사에 대한 고발장이 제출돼 피의자로 입건하였으며 아울러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서울고검 인권침해 TF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박 검사가 범죄 혐의점이 포착된 수사 대상으로 전환된 것이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6일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 기소 의혹’ 사건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및 대통령실이 개입했는지 들여다보고자 사건 자료를 검찰로부터 이첩 받았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쌍방울 그룹이 2019년 당시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이재명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위해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 방북비용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신 송금했다는 내용이 뼈대로 한다.
검찰은 이 사건의 가교 역할을 한 혐의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2022년 10월 재판에 넘겼고 대법원은 2025년 6월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7년8개월과 벌금 2억5천만원 및 추징금 3억2595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검찰은 2024년 6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 대통령이 이 전 부지사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공모했다고 본 것이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 재판이 중단돼 있다.
견고해 보이던 검찰의 수사 결과는 ‘수사 과정의 불법성’이 제기되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이 폭로한 ‘검찰청 내 연어 술파티 회유’ 의혹이 시발점이었다. 당시 수사검사였던 박상용 수원지검 검사가 이 전 부지사와 김성태 쌍방울 회장 등에게 특정 진술을 강요하며 술과 음식을 제공했다는 주장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수원지검은 연어 술파티 의혹을 두고 “터무니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법무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2023년 5월17일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영상녹화실에서 연어회 덮밥·연어 초밥이 제공되고 김성태 등 공범들이 종이컵에 소주를 마신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 5일 국회 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교도관들이 당시 수원지검에 외부 음식이 반입됐으며 공범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교도관 증언까지 나왔다. “술 파티는 없었다”고 부인해 온 박 검사와 검찰의 주장이 결정적으로 무너진 장면으로 평가된다.
연어 술파티 의혹에 있어 이번에 새롭게 불거진 ‘진술 회유 의혹’은 박 검사가 이 대통령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주범’이라는 진술을 내놓도록 이 전 부지사를 회유했다는 주장을 뼈대로 한다. 그 동안 이 전 부지사의 주장 수준에 그쳤으나, 박 검사와 당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가 직접 얘기를 나눈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박 검사는 해당 녹취록이 ‘짜깁기’ 됐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공개된 내용 일부만 봐도 정상적인 검사의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검사가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을 통해 검찰이 원하는 방향의 진술을 해주면 이 전 부지사 관련 사건에서 편의를 봐주겠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 했기 때문이다.
실제 박 검사는 2023년 6월19일 서 변호사와 나눈 통화에서 “실제로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화영)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저희가 그거를 할 수가 있고 그 다음에 공익제보자니 이런것들도 저희가 다 해볼수가 있다”며 “그 다음에 (이화영씨가) 보석으로 나가는 거라든지 추가영장을 안 한다든지 이런게 다 가능해지는건데 지금 상태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게 되는 상태라서 이게 뭐 어떻게 되는건가. 이거를 정말 다 알고도 이렇게 하시는 건가. 저는 계속 그것때문에 답답해서 전화를 드렸다”고 말했다.
박상용 검사(맨 오른쪽)가 4월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정치검찰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한 채 증인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박 검사가 이처럼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한 것은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쌍방울 그룹 사이를 잇는 '유일한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쌍방울 쪽의 대북송금을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가 인지했다는 물적 증거 또는 다른 증언을 검찰은 끝내 찾지 못했다.
따라서 박 검사로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대북송금을 보고했고, 당시 이재명 지사가 이를 승인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쌍방울이 방북 비용을 대납하기로 했다고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 취지의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나중에 검찰의 회유와 압박 때문이었다며 자신의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주목할 대목은 박 검사가 지난 3일 국회 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에서는 증인선서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그는 같은 날 국민의힘 단독으로 개최한 청문회 형식의 행사에 참석해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민주당을 비판하는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국회 법사위원인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미 사건 조작과 관련된 것들은 다 국민들이 눈으로 확인하는 바 아닌가”라며 “법률 위반을 넘어서 이 정도까지의 범죄 행위가 드러난다고 한다면 탄핵으로 갈 것이 아니고 탄핵보다 센 형사 처벌 절차, 저는 구속 절차로 가야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