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가 인정한 배우 조지 클루니와 미국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을 향한 '문명 말살' 위협 발언을 두고 서로 세게 맞붙었다.
배우 조지 클루니(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클루니는 이탈리아 쿠네오에서 열린 행사에서 3000여 명의 고등학생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 언사를 '전쟁 범죄'라 규정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늘 밤 한 문명이 사라질 것"이라고 이란을 위협한 바 있다.
클루니는 이날 강연에서 "어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괜찮다고 말하지만, 누군가 한 문명을 끝내겠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전쟁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수적인 관점을 지지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품위의 선이 있으며 우리는 그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며 강조했다.
백악관은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스티븐 청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유일하게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사람은 끔찍한 영화와 형편없는 연기력을 가진 조지 클루니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클루니의 연기 실력을 비하하며 그의 '발연기'가 범죄 수준이라고 맹비난한 셈이다.
클루니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같은날 매체 데드라인을 통해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를 잃고 있고, 아이들은 화염에 휩싸였으며, 세계 경제는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지금은 최고 수준의 활발한 토론이 필요한 때이지, 유치한 인신공격을 할 때가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클루니는 국제법을 근거로 "제노사이드 협약(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과 로마 규정에 따르면 전쟁 범죄는 '한 국가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려는 의도가 있을 때' 성립된다"며 "백악관의 방어 논리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본인의 과거 흥행 실패작인 '배트맨 앤 로빈'을 언급하며 "실패한 배우라는 점은 기꺼이 인정한다"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클루니는 지난 1월 버라이어티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아주 잘 알았다. 나에게 전화를 자주 걸었고 한번은 척추 전문의를 만날 수 있게 병원 예약을 도와주려 하기도 했다"며 당시의 친분을 회상했다. 그는 이어 "클럽이나 식당에서도 자주 마주쳤는데, 그는 아주 유쾌한 사람이었다. 뭐, 옛날 얘기다. 지금은 다 변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프랑스가 클루니 가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로 한 결정을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루니를 '2류 영화 스타', '배신자'라 칭하며 "영화 스타가 아니라 정치에서의 상식적인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만 늘어놓는 평범한 남자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과거 트럼프와 사적 친분이 있었음을 밝히기도 했던 클루니는 이제 할리우드 내 반(反)트럼프의 선봉에 서 있다. 그는 지난 1월 할리우드 리포터와 데드라인 등에 전달한 신년 성명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을 인용해 재치있게 비꼬았다. 클루니는 "현 대통령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11월부터 시작할 것"이라 말했다. 오는11월 실시될 미국의 중간선거를 통해 트럼프에게 한 방 먹여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