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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제관(제사를 담당하던 관인)이 부엌으로 들어가 요리사 대신 요리를 하면 안 되는 법입니다."

장자 소요유편에 실려있는 고사로, 중국 상고시대의 성군 '요'가 은거한 현자 허유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하자 허유가 이를 거절하면서 했다는 이야기다. 직분과 권한을 넘는 행위를 이르는 한자성어 '월조대포(越俎代庖)'의 유래이기도 하다. 

HMM 본사 부산 이전을 둘러싼 파열음이 심상치 않다. 정부와 HMM 경영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본사 이전을 강행하면서 갈등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HMM 이사회는 이미 정관 변경을 결의했고, 다가오는 5월 8일 임시주주총회 표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70%가 넘는 지분을 쥔 산은과 해진공의 뜻대로 통과가 확실시되자, HMM 육상노조는 급기야 최원혁 HMM 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허프 생각] 산업은행장 박상진 잊어선 안 되는 한 가지 : HMM의 근본은 '민간 기업'이고, 산업은행의 역할은 '정상화'라는 것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이 2월25일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은행은 이 혼란의 중심에 서있다. 박상진 회장은 올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이전 이후 매각을 검토하겠다"라며 HMM 본사의 부산 이전에 힘을 실었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민간기업 HMM의 장기 전략에서, 산업은행과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2016년 현대상선(현재 HMM)의 유동성 위기 당시 공적자금 투입으로 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주인'의 역할을 맡게 됐다. 산업은행 내부 규정이나 BIS 비율 규제(장기 보유 시 위험가중치 1,250% 적용)를 보더라도, 이들의 임무는 기업을 정상화한 후 조속히 시장에 매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산업은행은 이미 공식적으로 HMM의 경영 정상화는 달성되었다고 선언했다. 강석훈 전 산업은행 회장은 “HMM은 정상 기업이기 때문에 조속히 매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산업은행과 정부가 앞장서서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 정상화를 위해 일시적으로 투입된 주인의 역할을 넘어서는, '월조대포'의 일이다. 

본사 이전은 직원의 생활권, 장기적인 핵심 인력 수급, 글로벌 거래 네트워크를 통째로 뒤흔드는 반영구적, 전략적 의사결정이다. HMM의 미래 수십 년이 걸린 이 무거운 결정은 몇 년 내로 지분을 팔고 떠날 주주가 강제할 사안이 아니다. 훗날 HMM을 인수해 장기적인 비전을 그려갈 '새 민간 주주'와 이사회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몫이다.

이전을 강행하며 내세운 '경영 효율화'라는 근거도 빈약하다. 글로벌 선사의 본사 핵심 기능은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주요 화주와의 영업, 대규모 금융 조달, 글로벌 네트워크 및 리스크 관리가 본사의 진짜 역할이다. 

세계 1위 선사인 MSC의 본사는 바다와 거리가 먼 스위스의 내륙 도시, 제네바에 있다. 2위 머스크 역시 덴마크의 수도이자 금융·정치 중심지인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대만의 에버그린도 실제 물동량 거점(가오슝)과 그룹 본사(타이베이)를 철저히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HMM 역시 지난 50년 가까이 주요 화주와 금융기관이 밀집한 수도권(서울 여의도)에 수백 명의 본사 인력을 두고, 부산항 등의 운영 거점과 이원화하여 효율적 운영을 해왔다. 본사 이전은 이들을 억지로 부산으로 이주시킬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인재들의 이탈, 네트워크의 약화 등의 부작용을 진지하게 논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 

물론 부산 경제 활성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는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민간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면서 '유도'를 통해 진행해야 할 일이지, 정상화를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한 민간 기업을 마치 공기업인 것처럼 사용해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기업을 살려냈다는 사실이, 국가가 그 기업의 대계를 마음대로 설계하고 산업정책의 도구로 써먹는 '공기업화 면허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HMM은 조속히 제자리를 찾아 온전한 민간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대한민국 대표 국적 선사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제사를 주관하는 제관이지, 요리사가 아니다. 지금 정부와 산업은행이 해야 할 일은 기업의 장기적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에 맞게 빠르고 성공적으로 '매각'을 완수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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