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숨고르기에 나섰다. 이제 휴전협정이 지켜질지, 2주 뒤 종전협상에 합의할지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양국은 여러 지점에서 엇갈리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7일 오후(한국시간 8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하고 즉각적으로 개방하는 것을 조건으로 2주간 이란공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도 즉각 성명을 내고 "우리(이란)가 전쟁에서 승리했으며, 이란이 제시한 10개 항목의 종전안을 미국이 전부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완전하고 즉각적 개방'에 합의했다고 했지만, 이란은 미국에 제시한 10개 항목에서 호르무즈의 '완전 개방'이 아닌 '안전 항행을 위한 새로운 프로토콜 수립'을 요구했다. 벌써부터 양쪽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10개 항목을 두고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이 된다"고 언급한 점은 주목된다. 이란의 10개 항목 가운데 일부를 수용할 수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이란은 과거 갈등의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 합의했다"면서도 "앞으로 최종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2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온 그동안의 발언, 실제 전쟁상황, 이번 휴전 합의 등을 종합해 보면 양측이 향후 진행할 정전협상의 핵심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미국은 최근 들어 애초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워온 이란의 레짐체인지, 핵 개발 저지, 탄도미사일 제한 등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란 국제 유가 폭등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 중재로 10일부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공식협상을 시작한다.
현재로선 양쪽의 종전협상이 진통 속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주 뒤 전쟁을 재개할 동인이 크지 않다. 전열 정비를 통해 더욱 파괴적 위력을 갖추기도 쉽지 않다. 공습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종전협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두고 이란은 실질적 통제권을 주장할 것으로보인다. 해협 봉쇄가 '핵무기'보다 더 위력적임을 이번 전쟁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란이 종전협상을 통해 통행료 부과 등 통제권을 최종적으로 확보한다면 이번 전쟁의 실질적 승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산하 크리티컬 스렛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인사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억지력이자 체제 생존수단으로 공식화했다"며 "이란전쟁이 끝나더라도 잠재적 무기로서 활용할 여지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트럼프의 주장처럼 이란이 물러나 '완전하고 자유통행'이 이뤄지면 미국은 얼마간 체면치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원래 자유통행이 되던 곳이고 이란이 언제든 봉쇄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패배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영국 정책제안기구 채텀하우스도 "이란은 이번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 전체를 완전히 장악하지 않더라도 드론과 저렴한 공격수단을 통해 역내 운송선박들을 향해 선박보험료를 올리는 방법으로 실질적 봉쇄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협상에서 겉모습과 달리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까지 38일간 이어진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미국 안에서도 치솟는 유가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월 중순으로 예정된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가공한 폭격 속에서 '버티기'로 항복 없이 여기까지 왔다. 휴전 협상 과정에서도 이란의 버티기는 계속될 것이고 미국이 어느 만큼 양보할지가 종전협상의 성패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핵심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