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기업 경영전략의 핵심축은 단연 인공지능(AI)와 디지털 전환(DX)이다. 생성형 AI의 등장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확산은 금융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임원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역량 역시 과거와 질적으로 달라졌다.
이경희 커리어케어 파이낸스본부 전무. ⓒ커리어케어
금융은 대표적인 규제산업(Regulated Industry)이다. 강도 높은 감독환경과 복잡한 내부구조가 얽혀 있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금융기업은 단순한 IT 전문가가 아니라 금융 비즈니스와 기술을 동시에 이해하는 ‘융합형 리더십’을 원한다. 과거 시스템 운영에 머물렀던 IT 조직이 이제는 경영전략 전체를 견인하는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지주회사나 대형 금융회사는 AI 전략을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가 아닌 전사적 핵심과제로 인식한다.
디지털 임원은 전사 로드맵을 수립하고,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실질적인 AI 활용 사례를 발굴하고 실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제 금융 비즈니스의 가치를 창출해 본 경험이 인재검증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
나는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에 근무하면서 10년 넘게 금융회사에 임원을 추천해 왔다. 최근 커리어케어의 주요 고객인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회사들은 디지털 전환을 선도할 C-Level 인재의 핵심역량을 다음과 같이 꼽고 있다.
첫째, 기술 이해도를 비즈니스 혁신으로 연결하는 ‘전략형 리더십’이다.
금융회사의 임원은 단순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사업 발굴이나 기존 구조혁신에 기술을 접목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데이터 플랫폼 구축부터 AI모델 개발, 클라우드 인프라 운영까지 기술적 기반을 전사전략으로 발전시켜 실제 서비스로 구현해 본 경험이 있는 리더의 가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둘째, 조직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변화관리 리더십’이다.
디지털 전환은 업무방식과 조직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동반한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임원은 IT와 비즈니스 라인의 경계를 허물뿐만 아니라 사업과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등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해 전사적 변화를 성공적으로 드라이브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금융산업과 비즈니스에 대한 ‘실질적 이해도’다.
금융산업에는 규제와 리스크 관리라는 높은 문턱이 존재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 전문가라도 산업 특유의 규제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장을 이끌 수 없다.
최근 빅테크나 핀테크 출신 인재가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평가에서는 금융권 특유의 상품구조와 위험관리 경험을 갖춘 리더가 여전히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전사 AI 전략 추진을 위해 전문가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력은 물론 리더십과 실행력을 종합 검증하기 위해 전문 서치펌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채용 파트너를 선별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금융 전문성이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금융의 경우 전문성을 갖추지 못 하면 후보자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내가 속해 있는 커리어케어의 파이낸스본부가 금융회사에서 실무경험이 풍부한 컨설턴트들로 구성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복잡한 규제 환경을 이해하는 컨설턴트의 안목이 채용과정에서 미스매칭을 줄인다.
두 번째로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다. 써치펌은 개인적 인맥을 넘어서 금융과 IT, 플랫폼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인재 풀이 확보되어 있어야 고객사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철저한 검증이다. 채용을 잘못 하면 채용한 임원 연봉의 수십 배에 이르는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 잘못 뽑은 임원은 회사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채용과정에서 검증하고 또 검증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권 임원은 윤리성과 협업 능력이 중요하기에 이러한 정밀 검증 과정은 필수적이다. 커리어케어의 평판조회서비스 전문조직인 ‘씨렌즈(C-LENS)’는 단순한 평판조회를 넘어 후보자의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 성과창출 방식 등을 다각도로 검증한다
금융산업은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중심 금융(AI-driven Finance)’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술력과 산업 이해도를 두루 갖춘 임원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결국 검증된 디지털 리더를 얼마나 선제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경희 커리어케어 파이낸스본부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