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 하반기 내 2년여 만에 분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는 만큼 에너지저장장치(ESS)뿐 아니라 실적 회복의 열쇠를 쥔 유럽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삼성SDI
삼성SDI가 시장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유럽을 주요 사업지로 삼고 있다는 점은 최 사장에게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을 종합하면 조만간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SDI가 내놓을 성적표에 시선이 쏠린다. 전날 국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가운데 다른 상장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먼저 잠정실적을 발표했는데 시장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익성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영업손실 2078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고 이는 시장기대치(컨센서스)였던 1397억 원의 손실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자체적으로도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수취금액을 제외하면 영업손실은 4천억 원에 육박한다.
LG에너지솔루션 성적표를 분석해 보면 전기차 배터리 부진이 부각된다는 시선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가동 초기 단계인 북미 ESS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고정비 부담요소도 실적에 반영됐지만 전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주춤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ESS 배터리를 생산하면서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유효하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의 악영향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과가 미미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는 GM과 세운 배터리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공장의 6개월 가동 중단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얼티엄셀즈가 공장을 멈춘 것이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업계 전반에 걸쳐 비슷한 하방 압력이 작용할 수 있는 사례다.
삼성SDI도 지난해 1조7224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본 핵심이 전기차 시장 부진에 따른 배터리 수요 둔화에 있는 만큼 최 사장의 고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를 포함한 배터리 기업들이 ESS 배터리 성장에만 기대기 힘든 이유는 폭발적 성장을 위해서는 결국 전기차 배터리가 살아나야 한다는 점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ESS 배터리는 통상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비교해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SS 배터리는 전기차 배터리보다 교체주기가 길고 전체 수주 규모 자체도 더 적다는 특징이 있다. 상대적으로 저가인 리튬인산철(LFP) 제품을 사용하는 데다 이 시장은 중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는 숙제도 존재한다.
다만 최 사장에게는 현재 삼성SDI가 유럽에 중심을 둔 지역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경쟁사보다 더 나은 실적 방어 역량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대목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40.2%를 유럽에도 거두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경쟁사와 비교해 2배가량 높은 것인데 유럽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전기차 회복세가 가장 기대되는 시장으로 꼽힌다. 최 사장도 지난달 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유럽 출장길에 동행해 주요 완성차업체들을 만나며 현지 사업 경쟁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유럽에서만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2월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을 보면 유럽에서는 1년 전보다 14%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30%, 중국은 17% 후퇴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6일 2차전지 산업 보고서에서 지역별로 수요 성장성이 차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미국은 전기차에 관한 불리한 정책환경이 전개되고 있고 실제로 구매 세액공제가 중단된 이후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둔화해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며 "유럽 전기차 시장은 강도 높은 내연기관차 규제 정책과 각국의 지원 재개로 양호한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올해 삼성SDI의 실적에 주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하반기 흑자전환을 겨냥한 최 사장에게 ESS 배터리가 실적 확대의 무기라면 전기차 배터리는 추가 손실을 막는 버팀목인 셈이다.
최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SDI는 1분기 2천억 원대 초반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4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적자는 지속하는 것이지만 기존에 시장에서 추정하던 25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실적 방어에 성공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안회수 DB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1분기 영업손실은 2235억 원으로 시장기대치보다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 규제 준수를 위한 BMW, 폭스바겐의 판매 확대 노력 영향으로 물량이 개선됐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후에도 삼성SDI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3'와 기아의 'EV2' 유럽 출시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실적 회복에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2분기부터 유럽에서 자사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현대차와 기아의 대중화 모델이 출시되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최 사장은 지난달 18일 열린 삼성SDI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를 '실적 턴어라운드(반등)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하반기 내 분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의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