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 3명을 조준사격해 숨지게 하고,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취재하던 CNN 취재진 3명을 억류한 사실이 알려졌다.
분쟁 지역의 실상을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언론인을 직접 겨냥한 셈이다. 전쟁범죄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격으로 숨진 레바논 언론인이 탑승했던 차량.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소유의 알마나르 방송은 자사 소속 알리 슈아이브 기자가 남부 제진 지역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이스라엘의 조준사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차량에는 알마야딘 방송 소속의 파티마 프투니 기자와 촬영기자 모하마드 프투니도 함께 타고 있었으며, 이들은 이번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다.
알마야딘 측은 숨진 기자들이 탑승한 차량에 ‘PRESS(언론)’ 표식이 명확히 부착돼 있었고, 차량이 정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 1명도 이후 추가 공격으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은 알리 슈아이브 기자가 헤즈볼라와 연계된 인물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레바논 정부와 현지 언론계는 이번 사건을 “국제법이 보호하는 언론인을 겨냥한 공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기자라는 신분이 명확히 드러난 상황에서 이뤄진 조준사격이었다는 점에서, 의도적 공격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서안지구에서도 언론인 사고가 이어졌다. 외신기자협회(FPA)에 따르면 CNN 소속 특파원과 촬영기자 등 취재진 3명은 지난 26일 타야시르 마을 인근에서 이스라엘 정착민의 팔레스타인인 공격과 불법 점유물 건설 문제를 취재하던 중 이스라엘군에 억류됐다. FPA는 당시 이스라엘 군인들이 CNN 촬영기자의 목을 조르고 바닥에 넘어뜨린 뒤 카메라를 파손했으며, 기자들이 신분증을 제시했음에도 총구를 겨눈 채 촬영 중단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FPA는 “신원이 확인된 기자를 상대로 한 폭력은 언론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분쟁 지역에서의 취재 활동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동반하지만, 그 위험이 교전 상황이 아니라 취재 당사자인 군과 권력기관에 의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기자가 현장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공격의 대상이 된다면, 전쟁과 충돌의 진실은 가장 먼저 가려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군은 CNN 취재진 억류 사건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사과했으며, 이런 일은 발생해서는 안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연루된 병사의 행동이 이스라엘군 전체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며 자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 언론인 권익보호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피살된 언론인이 129명이며, 이는 지난 1992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34년 만에 가장 많은 수라고 밝혔다. CPJ에 따르면 작년 피살 언론인 중 이스라엘에 의한 사망자가 86명으로 3분의 2에 이르러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