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아시아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직접적 기업 선별 지원 방식을 지양하고 민간과 위험을 분담하는 간접 지원 방식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태국 방콕에서 IMF-태국중앙은행 공동 주최로 열린 'Asia in 2050'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먼저 아시아가 최근 지정학적 갈등과 고령화, 기술 발전에 따른 '조기 탈산업화' 현상 등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제조업 비중이 높고 대외 의존도가 큰 국가일수록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른 조정 압력이 크다고 바라봤다.
그는 아시아의 지속 성장을 위한 해법으로 가장 먼저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 수정을 꼽았다.
이 총재는 "기술 최전선에 가까워진 국가일수록 더 이상 모방할 선진 모델이 없고, 정부가 특정 산업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를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구체적으로 정부의 산업정책을 직접 선별방식(Picking Winners)에서 온 렌딩(On-lending)을 통한 간접 지원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만 정부가 직접 지원 대상을 고를 때 발생하는 정치적 부담과 한계기업 퇴출 지연 등의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온 렌딩이란 정부가 민간 금융기관과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 총재는 또한 정부가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수직적 산업정책과 경제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수평적 구조개혁 사이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봤다.
그는 “산업정책과 구조개혁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며 “두 정책의 상대적 효율성을 면밀히 비교하고 그 결과에 따라 균형 있게 자원 배분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연설을 마무리하며 중앙은행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경제의 산업 구조가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이에 따른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할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라며 “이러한 조율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려면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이 필요한데 이것이 중앙은행의 책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