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공약인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를 담은 당헌 개정안이 가결되면서 당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민주적 국민정당’이라는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평생의 꿈이 실현 단계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의 연임을 염두에 둔 제도 개편이라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민주당은 3일 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반영 비율을 20대 1로 규정한 조항을 삭제하고, 전략 지역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당헌 개정안을 온라인 투표에 부친 결과 가결됐다고 밝혔다.
중앙위원 590명 중 515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집계됐다. 투표율은 87.29%였으며, 투표는 2일 오전 10시부터 이틀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정 대표는 가결 직후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은 당원 주권 시대가 열린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1인1표제가 시행되면 당내 계파는 자연스럽게 해체될 것”이라며 “당원들이 공천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계파를 통해 기득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제도적 변화가 이뤄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인1표제 가결을 두고 지난 25일 별세한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평생의 꿈으로 추진해온 ‘민주적 국민정당’이 마침내 본궤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총리는 총재 또는 유력 정치인(계파 보스) 중심 정당에서 벗어나 당원과 국민이 중심이 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쳐왔다고 지인들은 입을 모은다.
이 전 총리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헌신 한 뒤 1988년 평화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제도정치권에 뛰어들었다. 그는 민주당이 당 총재 또는 계파 보스에 의존하는 정당이 아닌, 규칙과 시스템에 따라 당원의 뜻으로 운영되는 정당을 지향해왔다.
이 전 총리는 2022년 출고된 '이해찬 회고록'(돌베개 펴냄)에서도 "당대표 시절 공천 과정에서의 사적 개입 논란을 줄이기 위해 제도화된 시스템 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전 당원이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정당’을 구축하고, 재임 기간 500회가 넘는 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운영 방식을 실천했다.
정 대표는 이 전 총리와 오랜 기간 함께 활동해 온 점에서 ‘정신적 계승 관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대표가 밀어붙인 1인1표제를 통해 기존의 '대의원 1인20표제'가 사라졌다. 대의원은 현역 의원이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만큼, 당 운영에서 '현역 의원 귀족정'을 수단으로 평가됐다.
정 대표는 이 전 총리의 영결식에서도 고인이 구축해 온 ‘당원 주권 시대’와 민주적 시스템 정당에 대한 비전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정 대표의 연임 전략과 직접 연결 짓는 시각도 나온다. 권리당원 기반의 지지가 강한 정 대표에게 1인1표제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은 이번 당헌 개정을 두고 “정 대표 연임을 위한 셀프 개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이해충돌 가능성을 지적하며, 제도 적용 시점과 정 대표의 차기 당대표 출마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