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16년 1월,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선 네덜란드 노조연합 주도로 24시간 파업이 벌어졌다. 무인 자동화 확대에 따른 고용 불안을 호소했다. 당시 로테르담항은 마스스블락테(Masssvlakte) 신터미널에 자동화 장비를 대거 도입하려던 참이었다.
CES 2026에서 공개된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선보인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 ⓒ연합뉴스
2024년 10월 미국 동부와 걸프 연안 항만에선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 소속 근로자 4만7천 명이 파업을 일으켰다. 역시 자동화 설비 도입에 대한 반발이었다. 기계·크레인 자동화, 완전 자동화 설비 도입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줄일 거란 얘기였다.
2026년 1월 하순 한국. 현대자동차 노조가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사측을 압박했다. “분명히 경고하지만…”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문장이 등장했다. 임금이나 감원과 관련된 특수 상황이 있던 게 아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현대차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생산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현대차 현장에 로봇 투입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분명히 경고하지만 노사 합의 없는 도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한국의 자동차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 도입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현대차는 앞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였다. 현대차는 직후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아틀라스 3만 대 양산 계획도 함께 나왔다.
생산 현장의 자동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엊그제 현대차 노조의 반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다른 게 있다면, 구체적 일정조차 나오지 않은 자동화에 대한 반발, 첨단 AI를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반발이란 것이다.
200여 년 전 영국에서 러다이트 운동이 있었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에서 일어났던 기계파괴 운동이다. 방직기계의 등장으로 인간의 노동력이 설 자리를 잃게 되자, 기술자들은 한 순간에 실업자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곳곳에서 기계를 부수는 폭동이 발생했다.
노동자들의 반발에 힘입어 2차까지 진행된 러다이트 운동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기계화'라는 거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산업과 노동은 공장과 도시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아틀라스의 파괴력은 어디까지일까. 사람들의 관념 속에서 이제 막 삶의 현장으로 진입하려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은 노동자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200년 전 시작된 러다이트 운동이 그랬듯, ‘자동화’에 대한 ‘인간의 반발’은 장기적으론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자본’이 주도하는 기계-인간의 힘겨루기에서 인간은 언제나 약자였다.
그래서 어쩌면 뻔할지도 모를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틀라스의 '도래'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과 사측의 대응은 지대한 관심을 모은다. 10년 전 로테르담, 2년 전 미국 동부에서 벌어진 기계-인간 대결과는 사뭇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피지컬 AI를 둘러싼 '21세기판 러다이트'가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