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위치한 미군기지에 주권을 인정하는 내용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 합의는 정식 조약이나 협정의 형태도 아닌 데다가 당사국인 덴마크가 소외면서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 허프포스트코리아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그린란드 프레임워크(합의 틀)'를 두고 긍정적으로 논의했는데, 여기에는 그린란드 미군기지에 미국이 주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고 23일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전체'에 대해 미국이 영유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해 덴마크를 포함해 국제 사회의 반발을 샀다. 이에 그린란드 안의 미군 기지에 대해서만 주권을 행사하겠다고 한 걸음 물러선 셈이다. 하지만 덴마크는 이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미군 기지 관련 논의에서 덴마크 정부가 완전히 소외된 것은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위원회 정상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토가 안보, 투자, 경제 문제를 포함한 모든 정치적 사안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는 게 덴마크의 입장이지만, 주권에 대해서는 협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덴마크를 대신해 미국과 협상할 권한을 갖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옌스-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총리도 그린란드 주권을 타협할 수 있는 어떤 논의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닐센 총리는 "내가 참석하지도 않은 논의에서 어떤 합의나 거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권 양도는 레드라인(넘어서는 안되는 선)이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그린란드에 '완전하고 영구적 접근권'을 갖게 됐다고 선언하면서 기정사실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기자협회(VJA) 산하 기관인 공론(Công Luậ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을 마치고 귀국길에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훨씬 더 관대한 새로운 협상이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로 미국은 사실상 그린란드에 대해 완전하고 영구적 접근권을 갖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협의를 통해 과거 1951년 미국이 덴마크와 맺은 '군사 기지 협정'을 깨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951년 양국의 군사기지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그린란드 내에 사실상 원하는 대로 미군기지를 설치할 수 있지만 기지에 대한 영유권은 여전히 덴마크에 있다.
하지만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가 '미국의 주권 영역'이 될 경우 치외법권(재판과 행정권에서 자유로울 외교적 특권)만 인정되는 대사관 부지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보게 된다. 법적으로는 파견국인 미국의 영토가 되며 덴마크의 주권은 배제된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합의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의 잠재적 위협에서 북극을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를 충족하면서 '그린란드는 매매의 대상이 아니다'는 유럽의 레드라인도 지키는 노림수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