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강조한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의 올해 신년사에는 경쟁사 KT, LG유플러스의 신년사와 중요한 차이점을 보인다. 바로 고객의 최대 관심사인 ‘보안’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가입자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는 반면 해킹 수습 메시지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4월 해킹 사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사과하는 유영상 전 SK텔레콤 대표이사(왼쪽)와 같은 해 12월 취임 이후 첫 타운홀 미팅을 연 정재헌 SK텔레콤 사장. ⓒSK텔레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드러난 KT 해킹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KT 위약금 면제 기간이었던 지난해 12월31일부터 13일까지 KT 이탈자의 64.4%가 SK텔레콤으로 이동한 것으로 집계되면서다.
이는 알뜰폰(MVNO)으로 이동한 가입자를 포함한 수치다. 범위를 이동통신(MNO)으로 한정하면 KT 이탈자 가운데 SK텔레콤으로 옮겨간 가입자 비중은 74.2%로 증가한다.
이 기간 동안 SK텔레콤 가입자는 16만5370명 늘었다. 하루 평균 1만2천 명가량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KT 가입자는 23만8062만 명 줄었다. 지난해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10만229명의 가입자를 잃은 것에 비해 두 배 넘는 규모다.
가입자가 몰린 배경으로 SK텔레콤의 적극적 가입자 유치 정책이 꼽힌다. 지난해 SK텔레콤을 이탈한 가입자를 돌려세우기 위한 ‘재가입 고객 혜택’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공식 정책 외에 전국 유통망에서 벌어진 마케팅 경쟁 또한 가입자 유치 요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2일 통신3사의 공포 마케팅 등 경쟁 과열 상황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문제는 SK텔레콤의 해킹 수습 노력이 가입자 유치 노력만큼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정재헌 사장의 신년사에서 통신보안에 대한 언급이나 해킹 재발 방지 노력 등이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신년사는 그해 기업이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창구로 여겨진다. 대표이사는 신년사를 통해 그해의 경영 방침과 사업의 주안점을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KT가 올해 신년사에서 거듭 보안 노력을 강조한 것도 해킹 사태 수습이 가입자의 주요 관심사라는 것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정재헌 사장이 2일 공개한 신년사에서는 ‘보안’이나 ‘침해’ 등 ‘해킹 수습’을 떠올릴 수 있는 문구가 발견되지 않는다. “새해가 밝았다”는 의례적 인사로 시작한 신년사는 “모두 변화의 주인공이 되어 흔들림 없이 뚜벅뚜벅 함께 걸어 나가자”라는 말로 끝난다.
정 사장은 신년사에서 ‘다시 뛰는 SK텔레콤’의 ‘2026년 변화 방향 세 가지’를 언급한다. 그가 꼽은 세 가지는 고객, 인공지능(AI), 인공지능 전환(AX)이다. 사실상 고객과 AI를 강조한 것으로 보안에 관한 명시적 언급이라고 보기 어렵다.
SK텔레콤이 수장을 바꾼 뒤로 해킹 재발 방지 대책 관련 언급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사장의 전임자인 유영상 전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 ‘책임과 약속’ 간담회를 열어 ‘정보보호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정 사장이 취임한 이후 SK텔레콤은 이와 관련한 진행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유한 적이 없다.
지난해 11월 정 사장이 실시한 첫 조직개편에서도 해킹 재발 방지 대책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보안 관련 조직으로 기존에 있던 ‘통합보안센터’를 내세우며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규모나 계획을 밝히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