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신기록을 수립한 제1야당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법안 반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이런 기록을 남겼다. 장 대표가 남긴 것이 이것뿐일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호평과 찜찜하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장 대표의 발언 가운데 많은 부분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옹호로 채워졌다면서 혹평이 쏟아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오전 11시40분 기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에 대한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쳤다. 23일 같은 시각 시작해 밤을 새우며 연단에 서서 혼자 반대 토론을 이어간 것이다.
제1야당 대표가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도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장 대표는 이번 토론으로 종전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이었던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17시간12분)의 기록을 깼다. 장 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사회를 본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친 모습이 역력했고, 장 대표도 발언 도중 연단에 팔을 기댄 채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장 대표가 필리버스터를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오자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장동혁 파이팅”이라 외쳤고 장 대표도 국민의힘 의원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누며 본회의장을 나갔다. 적어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대표로서 강력한 대여투쟁 동력을 심어줬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를 두고 “대단한 정신력이고 악전고투·분골쇄신”이라며 “사법부의 독립과 삼권분립,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사법 파괴 5대 악법 저지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우리 당의 강력한 의지를 당 대표 스스로 몸소 실천해 보인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장 대표는 필리버스터 내내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의 위헌성을 강조했다. 장 대표의 주장은 ‘헌법에 의하지 않은 특별재판부 구성 자체가 위헌’, ‘정치권력이 재판부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연설에는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내용도 있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순수한 사법기관·사법적 결정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그는 “헌재 결정에 대해서는 법원 결정과 같이 순수한 사법적 판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헌재를 ‘준사법적 기관’으로 규정했다. 이는 헌법과 명백히 다른 주장이다. 준사법적 기관은 일반적으로 검찰을 의미하며 헌법 제111조는 헌법재판소을 두고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해 사법기관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장 대표는 필리버스터 도중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동참하지 않았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도 없었을 것”이란 취지의 보수언론 사설을 읽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굵고 짧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고생하고 안쓰럽고 수고한다는 마음은 든다”면서도 “대표가 다른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좀 더 써주면 좋지 않을까. 서너 시간 굵직하게 얘기하고 오히려 다른 일을 좀 더 고민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현재 장동혁 지도부가 한동훈 전 대표에 많은 흠을 내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 발언에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며 아무런 정치적 효과도 없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필리버스터가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는 ‘여론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 대표의 ‘윤어게인’ 스탠스만 확인시켜 줬다는 것이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윤석열에 대한 절연과 반성을 하지 않고 민주당이 욕하기만 하면 아무리 최장기간의 필리버스터, 최초로 야당 대표가 하는 필리버스터라고 한들 국민들한테 씨알이 먹히겠습니까?”라며 “윤 전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야말로 어떻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가를 경고하는 과정인데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그냥 민주당이 잘못하고 있고, 이재명 대통령이 문제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