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유리하면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불리한 일엔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유리한 것만 기억하는 한덕수 전 총리의 ‘선택적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설명하면서 '돈 세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다 녹음돼있다'고 했는데 무죄가 났다”며 “이런 무례한 검찰 행태를 보인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조국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노웅래 의원 무죄판결을 내리며 재판부가 '검찰의 적법절차 위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며 검찰 불법수사를 질타했다”며 “한동훈은 사과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박강균 부장판사)은 26일 뇌물수수·알선수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휴대전화 전자정보가 별도 범죄 수사 도중 임의로 확보한 '위법수집증거'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진술 증거 역시 위법수집증거에 따라 수집된 2차 증거로 모두 증거능력을 배제했다.
범여권으로부터 한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한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 노 전 의원의 유죄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었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는 2022년 12월18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 전 의원 체포동의안을 두고 “저는 지난 20여년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 다수를 직접 담당해 왔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은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의 침묵은 자신의 업적을 스스로 뽐내던 최근 태도와 크게 대비된다.
한 전 대표는 최근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약 3100억 원)를 배상하라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정이 취소되자 ‘나 때문’이라며 며칠 동안 페이스북에 관련 인터뷰와 기사를 잇달아 올렸다.
대검의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이 벌어지자 한 전 대표는 며칠 사이에 100건이 넘는 게 올리며 활발한 SNS 정치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비판이 쏟아지자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침묵을 깨고 한 편의 글을 올렸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웅래 전 의원 등에 대한 1심 판결은 돈을 주고 받은 ‘실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받는 녹음파일 등의 증거수집 ‘절차’를 문제삼은 것으로 항소심에서 바로 잡힐 것으로 생각한다”며 “민주당, 조국 등이 이제와서 마치 돈 주고 받은 실체가 없는 것처럼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재판부가 지적한 위법한 증거수집은 이른바 ‘독수독과의 원칙’으로 형사소송법상 기본 원칙이다. 이를테면 ‘수사의 기본 중 기본’인 셈이다.
참고로 노 전 의원은 검찰 수사 탓에 공천에서 배제돼 제22대 총선에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