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0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종묘를 찾았다. 이날 김민석 총리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신희권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사무총장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둘러봤다.
최근 서울시는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에 초고층 건물을 세우겠다는 개발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대법원의 판결로 종묘 인근에 고층 빌딩이 들어설 수 있게 된 것. 다만 국가유산청은 “서울시가 계획을 강행할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라는 우려를 내놨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종묘와 관련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2년 전, “역사문화환경 보존구역 밖이라도 문화재에 영향을 미치면 인허가를 검토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조례를 삭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재청과 협의한 게 아니다”라며 이에 반발했지만 대법원은 국가유산청과 사전 협의 없이 문화재 외곽 지역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의 조례 개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종묘 인근에서 재개발 중인 세운4구역의 건축물 높이를 최고 141.9m로 변경했다. 약 41층 높이에 달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길이 열린 셈이다.
종묘를 찾아 둘러보고 서울시의 재개발 계획에 따른 영향 및 대책 등을 점검한 김민석 총리. ⓒ뉴스1
이날 역사 설명을 듣고 풍경을 조망한 김민석 총리는 재개발 계획에 따른 영향과 대책 등도 점검했다. 김민석 총리는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고, 한 시기에 시정이 그렇게 마구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묘가 대한민국 국민을 넘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점을 강조한 김 총리는 “매우 신중하게, 종묘 인근에 개발하더라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국민적인 토론을 거쳐야 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총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도 “종묘가 수난입니다”라며 걱정 어린 목소리를 냈다. 김민석 총리는 “상상도 못했던 김건희 씨의 망동이 드러나더니, 이제는 서울시가 코앞에 초고층 개발을 하겠다고 한다”라며 “민족적 자긍심이자 상징인 세계문화유산과 그 주변 개발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개발론과 보존론의 대립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도심 속 문화유산,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역사적 가치와 개발 필요성 사이의 지속 가능한 조화를 찾아가는 ‘문화적 개발’이 필요합니다.
이같이 밝힌 김민석 총리는 “서울시의 초고층 계획에 대해 종묘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해지될 정도로 위협적이라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민석 총리는 “기존 계획보다 두 배 높게 짓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고, K-관광 부흥에 역행하여 국익과 국부를 해치는 근시적안적 단견이 될 수 있다”라면서 “최근한강버스 추진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종묘 방문과 함께 이 문제를 적절히 다룰 법과 제도 보완 착수를 지시할 것이라고 알린 김민석 총리는 “K-문화, K-관광, K-유산의 관점에서 이번 사안을 풀기 위한 국민적 공론의 장을 열어보겠다”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 총리는 “문화강국의 미래를 해치는 문화소국적 오류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적어 글을 맺었다.
김민석 총리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 오세훈. ⓒ뉴스1
같은 날 오세훈 서울시장도 입을 열었다. 김민석 총리가 직접 종묘를 방문해 현장 점검에 나선다는 보도를 접했다는 오세훈 시장은 “가신 김에 종묘만 보고 올 게 아니라 세운 상가 일대를 모두 둘러보시기를 권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은 종묘를 훼손할 일이 결단코 없다”라며 “오히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높여 더 많은 분이 종묘를 찾게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시장은 또 “남산부터 종묘까지 쭉 뻗은 녹지축이 생기면 흉물스러운 세운상가가 종묘를 가로막을 일이 없다. 시원하게 뚫린 가로 숲길을 통해 남산부터 종묘까지 가는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종묘를 가로막는 고층 빌딩 숲’이라는 주장 또한 왜곡된 정치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오 시장은 “중앙정부가 나서서 일방적으로 서울시를 매도하고 있어 유감”이라며 김민석 총리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