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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갓 잇 프롬 마이 대디!
ⓒ연합뉴스

민주시민으로 산다는 게 통치자가 누군지도 모르며 함포고복하는 삶을 말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하루도 머리에서 떠날 날 없는 끔찍한 삶도 아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을 지나 박근혜 대통령을 겪으며 점점 더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 내 생각과 행동이 얽매여간다. 세월호 참사 때는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분노도 하고 수상쩍은 보도에 의구심도 일곤 했다. 하지만 "혼이 비정상," "노오력," "배신의 정치," "진실한 사람" 같은 대통령의 희한한 말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노동개혁'과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 예산과 위안부 합의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지니 대통령이 아예 70시간쯤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요즘은 매일 북핵과 로켓/미사일 그리고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뉴스에 사로잡혀 산다. 핵과 로켓/미사일 실험의 일차 원인은 북한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한반도 정전체제에 그 원인이 있다. 게다가 북한 핵실험은 1차 위기부터 벌써 20년이 넘어 거듭된 일이다. 정전체제에 매일 두려움에 떨지 않듯이,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인공위성을 쏘았다고 너스레를 떨어도 라면과 생수를 사러 뛰어가진 않는다. 그것이 우리를 겨눈 것이 아니라는 것, 북한은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우릴 파괴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렇게 우리를 파괴하면 북한도 끝장이란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물론 북핵 위기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정전체제를 중심으로 짜인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질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지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말 새로운 것은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과 다른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이다.

대통령은 거의 매일 화를 내고 있다. 망해서 통일대박을 안겨줘야 할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데 화가 나있고, 그래서 붕괴시키기로 작심했는데 따라주지 않는 야당에 화가 나있고, 천안문에까지 '올라가주었는데' 더 강한 북한 제재에 나서지 않는 중국에 화가 나있다. 대통령은 이 모든 '배신'을 심판해달라는 것 같고, 그래서 종편을 보면 총선에서 국민은 유승민과 야당은 물론 북한과 중국도 심판해야 할 분위기이다.

아무튼 이렇게 신문이고 방송이고 모두 대통령에 골몰해 있고, 사람들과 나누는 얘기도 기승전'박'이다. 대통령이 잠시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어젠 출근길에 라디오를 틀었는데, 싸이의 <대디>가 흘러나왔다. 처음엔 심드렁하게 들었는데, 싸이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점차 그 노래가 악몽처럼 들려오기 시작했다. "웨어 디주 겟 댓 바디 프롬?" 대통령이 당당하게 답한다. "아이 갓 잇 프롬 마이 대디." 그러면서 "대드, 대드, 대드..." 반복해서 굿하듯 외친다. 그렇구나, 대통령은 아버지에게 빙의되었고, 지금 우린 유신을 살고 있구나. "아임 온 파이어. 테이크 유 하이어." 대통령이 전쟁을 불사하며 폭주하고, 우리를 거기에 끌어들인 거였다. "아윌 비 요(유어) 허니. 네버 익스파이어." 이런 영구집권 음모까지.... "오빠가 오방가 깜빡이 안 키고 훅 들어갑니다." 그렇다. 대통령은 깜빡이도 안 켜고 "훅"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무섭고 궁금해서 다시 물어본다. "웨어 디 주 겟 댓 바디 프롬?" 당당한 답변이 울려퍼진다. "아이 갓 잇 프롬 마이 대디. 대드, 대드, 대드... 마이 파파 워즈 어 슈퍼맨." 그랬구나. 대통령에게 아버지는 "슈퍼맨", '반인반신'이었구나. 뒤이어 후려치듯이 대통령이 외친다. "이 구역에 미친놈은 바로 나." 그렇다, 대통령은 동북아시아 "구역"의 "미친" 분이셨다. 식은땀 나는 세월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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