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펜하이머' 예고편 영상 화면(좌), 영화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우) ⓒ유니버설 픽쳐스
스릴러, 히어로물, SF 등 여러 장르 영화를 다뤄왔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번엔 과학자 '오펜하이머'를 주인공으로 첫 전기 영화를 찍었다. 그가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0일 tvN '알쓸별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인터뷰를 하며 신작 영화 '오펜하이머'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는 광복절(15일)에 개봉을 앞둔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 오펜하이머의 삶과 고뇌를 그린 영화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놀란 감독에게 '오펜하이머'를 전기 영화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계기를 물었다. 영국에서 자란 놀란 감독은 핵무기에 대한 공포가 크던 때를 떠올리며, "오펜하이머의 이야기엔 늘 흥미를 느꼈다"고 말문을 열었다.
놀란 감독은 "늘 복잡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 끌렸다"며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쉽게 답을 주지 않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놀란 감독은 수년간 오펜하이머를 연구한 끝에 "오펜하이머가 아주 드라마틱한 인물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지난 10일 tvN '알쓸별잡' 방송 장면 ⓒtvN
자신을 가장 사로잡았던 이미지나 아이디어는 "원자폭탄의 완성 직전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다. 그는 "오펜하이머와 그의 동료들은 첫 핵폭발 실험인 트리니티 실험에서 지구의 대기가 전부 불타고 파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이야기했다. 트리니티 실험은 1945년 인류 최초의 핵실험이다.
지난 10일 tvN '알쓸별잡' 방송 장면 ⓒtvN
영화 '오펜하이머' 예고편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놀란 감독은 "제게는 관객들이 그들과 그 공간에 함께 앉아 함께 결정을 내리도록 해서 미래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모두를 대신해 핵폭탄 버튼을 누른 경험이 굉장히 드라마틱한 순간 같았고 영화로 구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tvN '알쓸별잡' 방송 장면 ⓒtvN
놀란 감독은 오펜하이머와 자신의 공통점은 '감독'이라고 말했다. 오펜하이머는 나치보다 빨리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미국이 주도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서 수천 명의 과학, 기술자를 지휘해 3년 만에 핵폭탄을 만든 연구소장이었다.
놀란 감독은 "그때 오펜하이머의 역할은 자기들보다 똑똑한 인재들을 한곳에 모으는 일"이라며 "그들의 이론적인 천재성을 실제에 적용할 수 있게 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능력 있는 인재들을 한데 모아서 역량을 집중해서 뭔가를 만들게 하고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영화감독으로서 오펜하이머에게 유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tvN '알쓸별잡' 방송 장면 ⓒtvN
"주인공이 인간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놀란 감독. 그는 인간의 복잡성이 흥미로운 영화의 토대라고 보고 있다. 놀란 감독은 인간이라면 모두 결점이 있고, 그 사실을 영화에 풀어내려고 노력할수록 영화의 이야기가 더 풍성해진다고 생각했다.
지난 10일 tvN '알쓸별잡' 방송 장면 ⓒtvN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에게 오펜하이머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김 교수는 "비록 적이 무시무시한 무기를 만든다고 해도 그것을 반드시 똑같이 만들어서 대응해야 하는가? 만들어진 폭탄을 실제 사용할 것인가?" 등 수많은 선택 순간에 대해 감독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놀란 감독은 "과학자들은 선택권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저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10일 tvN '알쓸별잡' 방송 장면 ⓒtvN
그는 "독일의 나치는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었고 최대한 빠르게 만들고 있었다"며 과학자들은 원자의 분열과 에너지 방출을 자연의 섭리로 생각했기에 발명이라기보단 활용할 수 있는 자연법칙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놀란은 "(과학자들이) 자신들 아니면 다른 누구라도 할 거라고 믿었다"며 "그들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그들 스스로와 미국 정부의 핵무기 관리 능력을 믿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tvN '알쓸별잡' 방송 장면 ⓒtvN
놀란은 핵무기를 사용하기로 한 선택에 대해 "결정하기까지 굉장히 복잡한 문제가 많았다"며 "그래서 누군가 간단한 답을 원한다면 역사를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tvN '알쓸별잡' 방송 장면 ⓒtvN
놀란 감독은 "조사한 결과 명확한 것은 과학자들은 핵무기 사용 결정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 영화는 그들을 판단하기 위한 게 아니"라며 "당시 최선의 선택을 했음을 이해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들이 옳았다는 뜻은 아니다"며 "굉장히 복잡한 문제고, 끝없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