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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 속 한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영화 '살인의 추억' 속 한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니가 가라 하와이”(〈친구〉)” “밥은 먹고 다니냐?”(〈살인의 추억〉) “너 누구냐?”(〈올드 보이〉)

때로 영화의 대사 한 줄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보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유행어가 되어 전 국민의 머릿속에 각인된 위 영화의 대사들처럼 말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하나의 열쇳말로 한국영화의 역사를 일괄하는 아카이브프리즘 12번째 시리즈로 한국영화 속 명대사 100개를 선정한 〈대사극장: 한국영화를 만든 대사 100〉을 펴냈다. 한형모 감독의 〈운명의 손〉(1954)에서 바걸이자 북한 스파이인 마가렛이 영철을 유혹할 때 하는 말인 “선생님은 제 마술에 걸린 거예요”부터 〈다음 소희〉(2022)에서 텔레마케터 실습을 하다가 자살한 소희의 죽음을 수사하던 유진의 대사 “힘든 일을 하면 존중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이나 한다고 더 무시해. 아무도 신경을 안써”까지 50여 년 한국영화사의 주요 작품 100편에 등장한 인상적인 대사를 뽑았다. 영화 속에서 해당 대사가 가지는 의미와 이 대사가 담아낸 영화사적, 사회적 맥락까지 해설을 덧붙였다. 유행어가 된 대사들도 있지만 책을 통해 다시 보니 의미가 새로워지는 대사들도 많다.

영화 '올드보이' 속 한 장면. ⓒ온라인 커뮤니티
영화 '올드보이' 속 한 장면. ⓒ온라인 커뮤니티

50년대까지 드라마 내용과 사회적 풍습 등을 전달하는데 주로 쓰였던 대사가 암시적이고 함축적 의미까지 담게 된 1960~1970년대 김기영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31층? 떨어져 죽기 편리하겠다” 식모 역할을 했던 젊은 윤여정의 목소리를 통해 나왔던 〈화녀〉(1971)의 대사는 시골에서 상경해 도시의 삶에 무너져가던 그 시절 ‘식모’와 ‘공순이’들의 처지를 반영한다. “봄에 하자” 〈소공녀〉(2018)에서 자취방에서 섹스를 하려던 청춘남녀가 방이 너무 추워서 포기하고 다시 옷을 입으며 던지는 대사다. “인간이 따라야 할 ‘정상성’의 경로를 고집하는 사회에서 박탈감과 불안감 느끼는 엔(n)포세대”에 대한 은유라고 책은 해설한다.

'대사극장: 한국영화를 만든 대사 100' 표지 ⓒ한국영상자료원
'대사극장: 한국영화를 만든 대사 100' 표지 ⓒ한국영상자료원

책 뒷부분에는 선정된 대사들을 취합해 ‘대사의 전문가들’도 뽑았다. 감독 중에는 “야,야,야…그림자 넘어왔어, 조심하라우”(〈공동경비구역 JSA〉) “너나 잘하세요”(〈친절한 금자씨〉)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사이보그지만 괜찮아〉) 등 총 7편의 영화에서 명대사를 제조해낸 박찬욱 감독이 1위로 꼽혔다. 배우 가운데는 〈공동경비구역 JSA〉와 〈살인의 추억〉 등을 연기한 송강호와 〈올드 보이〉 그리고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검사 역할로 “니가 앞으로 뭘 하든, 하지 마라”(〈넘버3〉) 등을 말한 최민식이 나란히 4편에서 대사에 불멸의 생명력을 불어넣은 배우로 공동 1위에 올랐다. 한국영상자료원 누리집에서 책 전체를 피디에프로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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