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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주인공 의식
ⓒ연합뉴스

안철수의 주인공 의식

빅뱅이론은 20세기 초에 나왔지만, 여전히 20세기 중반까지는 정상우주론과 빅뱅우주론이 충돌하고 있었다. 이 논란을 잠재운 발견은 1965년 아노 앨런 펜지어스와 로버트 우드로 윌슨이라는 벨연구소에서 일했던 전파 천문학자들이 천문용 안테나를 보정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천문용 안테나와 수신기의 수신감도를 좋게 하기 위해 액체헬륨을 통해 수신기를 냉각시켜 잡음을 측정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아는 모든 전파 간섭을 보정한 후에도 계속 의문의 노이즈는 존재했다. 그들은 이 노이즈를 없애기 위해 모든 전자시스템을 테스트했고, 혼 안테나로 직접 올라가서 새똥을 치우기 위해 안테나를 청소하기도 하고, 덕테이프를 안테나에 붙이기도 하고 별의별 짓을 다했다고 한다. 몇 년에 걸쳐 이 풀리지 않는 의문을 끙끙 앓고 있다가, 프린스턴 대학교의 천문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 잡음이 천문 이론적으로 예측 가능한 것임을 알게 되었고, 이 두 팀은 각각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논문을 써서 빅뱅 이론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게 되었다. 빅뱅 이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두 전파천문학자들은 안테나를 통한 우주배경 복사를 발견한 공로로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

이 이야기는 예전에 박사과정 지도교수가 연구에 임한 자세는 이러해야 한다고 말해 주었던 스토리이고, 얼마전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한 스토리를 들을 때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점은 이 두 과학자의 마음가짐이다. 만약 그들이 당장의 어떤 목표를 염두에 두었다면, 몇 년을 안테나 문제 하나를 가지고 씨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안테나의 미세한 잡음 문제를 대강 덮어놓고, 보다 생산적인 다른 연구에 집중하였을 것 같다. 이들이 몇 년간 씨름한 안테나 문제가 프린스턴 천문 연구팀을 만나 운좋게 크게 빛을 발했을 수도 있었지만, 운이 없었다면 그들만의 문제로 흐지부지 묻혀 버리고 말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문제에 과학기술자로서 충실했던 것 뿐이었다. 당연히 노벨상이나 그런 상들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상적인 마음가짐으로 주어진 일에 열심을 다하다가, 언제부터인가는 그 일과 관련해서 자신은 드러나지 않고 묻혀버리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학문적 연구라는 과정에서도 다들 열심히 매진하였지만, 어떤 이는 좋은 논문을 쓰고, 승승장구하여서 세계적인 교수가 된 이도 있지만, 연구의 길이 잘 풀리지 않아서,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예전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던 분들 중에서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화려하게 사시는 분들도 있지만, 여전히 지역운동을 꾸준히 하시면서 힘겹게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도 있다. 운에 따라서 좀 잘 풀릴 수도 있고 안 풀릴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드러내려는 데 집중하지 않고, 그 일 자체의 윤리의식을 끝까지 견지하는 자세는 심미적으로 보인다.

안철수라는 정치인도 아마 순수한 의도와 열정으로 정치계에 입문했을 것이다. 그 순수한 의도와 열정이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50%의 지지도를 이끌어냈었다. 하지만, 점점 자신이 묻혀버리면 어쩌나하는 조바심이 앞서 보인다. 자신이 정치개혁을 해야 하고, 정권교체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그 주인공 의식이 강하게 보이면서 그가 초심에서 주장했던 "새정치"라는 구호는 사라지고, 당 내에서 자신의 입지와 관련해서 안절부절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높던 지지율은 어느새 사그라져 버렸다. 단기든 장기든 자신을 중심으로 한 목표는 사람들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정치라는 일 자체의 윤리의식을 끝까지 추구하는 사람이 그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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