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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과 '분노의 포도'

(출처 : AP)

지난 9월 2일 해안가에서 발견된 3살 아이인 에이란 쿠르디의 주검이 담긴 사진은 세계를 오열하게 했다. 이 사진으로 인해 중동 난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현재 유럽에서는 중동 난민들의 문제가 핫이슈이다. 올해 들어서만 63만명의 중동 난민들이 불법으로 유럽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건너가는 여러 루트 중에 많은 난민들이 모이는 곳이 터키의 페너(Fener) 해안이라는 곳이다. 이 곳에서 8킬로미터 남짓만 건너면 코스(Kos)라는 그리스의 섬이 나오기 때문에 고무 모터보트로 비교적 쉽게 국경을 건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해안을 통해서만 올해 39만명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짧은 해협이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다. 벌써 3000명의 난민들이 익사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과 '분노의 포도'

(출처 : www.theshanecenter.org)

이런 중동 난민들과 비슷한 행렬들은 지구촌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 있었던 난민들의 이주에 대한 문학 고전도 있다. 바로 "에덴의 동쪽"으로 유명한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오클라호마주에서 자신들의 터전을 버리고,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20년대 대공황이 발발하기 전, 가뭄으로 농사를 마치고 은행 빚 독촉에 밀려 거의 쫓겨나다시피한 가족들은 작은 트럭을 타고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이 소설은 가족들이 이주 시에 겪는 여러 사건들과 또한 캘리포니아에 도착해서 겪게 되는 무수한 고생의 여정들로 가득 차 있다. 그 당시 수많은 다른 이주민들이 캘리포니아로 함께 들어왔기에, 그들은 노동시장에서 헐값에 자신들의 노동을 팔아 겨우겨우 천막살이를 이어가야 했다.

중동 난민들의 처지도 분노의 포도에서 나오는 가족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분노의 포도에서 작은 트럭에 여러 가족이 꽉 끼여 먼 비포장도로를 건너왔듯이, 중동의 난민들은 조악한 고무보트에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유럽을 향한다. 분노의 포도에서 이주하는 가족들이 먼저 도착한 사람들로부터 임시 거주지나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구했다면, 중동 난민들은 손에 든 스마트 기기들에 의존해서 가장 안전한 루트, 국경의 어느 지역이 열려있는지, 음식 배급 상황과 같은 생존에 관련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랄까.

시리아 난민과 '분노의 포도'

(출처 : AP)

분노의 포도에서 타 주에서 이주해 온 난민들에게 캘리포니아 거주민들이 매몰차게 대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중심부에 이미 들어와 기득권을 누리고 나면, 누군가가 들어와서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작은 행복에 금이 가게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진화심리학적 설명으로는 외부에서 전염성 병원체를 옮길 수도 있는 개체나 사물을 배척하는 심리기제가 선택되었다는 식으로 이방인에 대한 배쳑과 혐오를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중동의 난민들도 성공적으로 유럽에 정착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의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정착하기 위한 자금도 충분하지 않은 데다가 법적인 보호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큰 숙제로 자리잡힌다. 특히 올해 들어와 급증하는 난민으로 인해 그들 사이의 생존 경쟁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리고, 중동이민자들이 일으키는 여러 사회적 문제와 갈등들도 유럽인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11월 13일 파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총격 테러에 의해 최소 127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은 더욱더 중동 난민들에 대한 시선을 차갑고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불평등의 경계는 지리적으로 가장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여전히 수많은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국경수비대의 눈을 피해 야밤에 사막을 건너 미국으로 들어오고, 조선족과 탈북자들도 한국으로 이주해 와 생활터전을 잡고자 노력한다. 이들 이주자들의 삶은 순탄치 않다. 이런 순탄치 않은 이주자들의 고단한 삶을 70년도 더 된 "분노의 포도"라는 문학작품은 짚어준다. 이 소설은 중심부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많은 주변부 사람들의 얘기를 대표하여 들려준다. 그들의 느끼는 설움, 공포와 분노를 여러 사건들을 통해 포착하면서, 주변부에서 어쩔 수 없이 아파하는 가족들과 불안한 내일에 시달리는 이웃들을 바라보게 한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덮고 나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한참 동안 거실을 서성거렸던 기억이 난다. 안타깝게도 이 소설이 보여주는 광경은 우리 주변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다른 위대한 문학이 그러하듯, 이 소설도 우리로 하여금 "고통에 전염"되도록 한다. 그리고, 그 전염으로 인한 고통의 흔적과 상기가 무언가 다른 내일을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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