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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둥이 병영체험' 웃을 일이 아닌 이유
ⓒKBS

글 | 문아영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 대표)

모든 아이는 예술가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어른이 된 후에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는 이런 말을 남겼다. 어떤 연구자들은 모든 아이들이 평등한 지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부모의 양육방식과 환경에 따라서 그 지능에 굉장한 편차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상상해보자, 아이들 모두가 높은 지능을 가진 예술가로 태어났으나 어른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사회의 목소리와 더불어 어른들의 세계를 흉내 내기 시작하고 서서히 이 특별한 능력들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이거 너무 끔찍한 비극 아닌가?

연예인 아버지를 둔 탓에 TV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삼둥이 형제가 병영체험을 다녀오는 과정이 방송되었다. 군복을 입고 줄을 맞추어 연병장에 도착하는 아이들을 맞이하며 교관이 묻는다. "반갑습니까?" 교관의 각 잡힌 질문에 민국이는 수줍은 미소로 대답했다. "반가워요." 교관은 경례를 외치며 오른손으로 거수경례할 것을 가르쳤지만 아이들은 왼손, 오른손 가릴 것 없이 이마에 갖다 붙이기 시작했고 무릎앉아를 배우는 동안 '흙'을 만졌더니 이내 불호령이 떨어졌다.

"지금 흙장난하면 됩니까, 안 됩니까?" 움찔하며 울먹이는 네 살 송만세에게 교관은 다시 물었다. "지금 울면 됩니까, 안 됩니까?" 만세는 울음을 꾹 참으면서 대답했다. "안 됩니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괜찮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도 괜찮은데 네 살의 아이가 위압적인 교관의 태도에 놀라 울고 싶을 때 울지도 못했다.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욕구가 무참히 짓밟히는 참담한 순간이었다.

'삼둥이 병영체험' 웃을 일이 아닌 이유

제작진은 '군인이라면 기본이 되는 제식훈련'이 아이들에게 규칙과 질서를 가르쳐 주기 위한 관문이라고 소개했는데 정색하고 좀 물어보자. 네 살짜리 아이들에게 규칙과 질서를 알려주기 위해서 군인들을 위한 제식훈련이 필요하다는 건 무엇에 근거한 이론인가? 군대를 진짜 보낸 것도 아니고 병영체험일 뿐인데 왜 유난이냐고? 이건 한 번의 병영체험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라사랑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정당화하는 교육이 전국적으로 진행 중이며 내년 정부예산 중 약 100억 원이 안보교육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다. 군사교육을 일상화할 준비가 이미 끝났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을 또 잃어버리게 될까. 자유롭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군복을 입히고 거수경례를 시키고 군가를 가르치면서 누구의 어떤 욕망이 충족되고 있는 것인가.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욕망은 뒤틀려 있다. 어른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하지만 생각은 창의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며 다양성을 키우는 교육이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역사교과서는 국정화를 통해 단일화할 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비판적 사고를 장려한다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의 의견을 묵살하기 일쑤이며 인류의 비극이었던 전쟁을 다시 겪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전쟁을 항시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전쟁을 준비할 것을 지속적으로 가르치는 아이러니 역시 마찬가지이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준비하라는 불안의 상상력은 한국사회를 갈가리 찢어놓았다. 끊임없이 적을 필요로 하는 전쟁의 성질을 생각했을 때 지금 한국사회의 분열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이다.

국정화되지 않은 다른 목소리는 불온한 것으로 몰아가며 연예인들의 모습을 빌린 매력적인 군사주의가 미디어를 통해 일상으로 촘촘하게 스며들고 있는 2015년 11월. 삼둥이의 병영체험은 한국사회가 군사주의 문화에 얼마나 무감각해졌는지를 보여주는 가슴 아픈 사례이다. 따라서 이 병영체험 방송은 전혀 괜찮지 않다. 1989년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아동권리협약을 근거로 한다면 이 병영체험은 심각한 아동권리침해이자 학대이다.

어른들이 전쟁을 경험했다고 해서 아이들에게도 전쟁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 어른이 가진 책임이자 의무는 이전 세대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전달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분열과 파괴의 언어를 넘겨주지 말자. 전쟁을 팔고 죽음의 공포를 팔아 사회를 유지하는 일은 그만 할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전쟁의 신에게 영혼을 내어주지 말자. 불안에 잠식당해 죽어버린 영혼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따뜻한 사람들을 매일 매일 새롭게 발견하고 살아있음을 고마워하는 그 기적을 우리의 일상에서 경험하자. 그 일상의 경험들이 이 세상을 하루하루 더 평화로운 곳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라 믿는다.

폭격은 밤에야 끝났어.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눈이 내렸지. 우리 병사들 주검 위로 하얗게 ... 많은 시신들이 팔을 위로 뻗고 있었어. 하늘을 향해. 행복이 뭐냐고 물어봐주겠어? 그건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 기적처럼 산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야.

-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스베틀라나 알렉세이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중에서 (박은정/문학동네)

* 이 글은 참여연대-프레시안 공동기획 평화칼럼 <2015, 이제는 평화> 시리즈 중 하나로, 프레시안에도 함께 게재됐습니다.

** 본문 중 <약 100억 원이 유치원생을 위한 안보교육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다.>를 <약 100억 원이 안보교육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다.>로 수정합니다. (2015년 11월 10일 오전 1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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