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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터넷과 남한 사투리

휴대폰과 내부 인트라넷을 통한 소통이 가능하지만 한류의 영향력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NK News는 가깝고도 먼 곳인 북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도록 매주 북한 출신자에게 한 가지씩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주에는 영국에 사는 콜린이 "북한의 인터넷 보급은 어느 수준인가요? 일반 사람들, 특히 평양 이외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라는 질문을 보내왔습니다.

* * *

북한의 인터넷 사용은 보편적이지 않으며 접근 역시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적어도 내가 살던 고장에서는 인터넷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북한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컴퓨터 전산망은 있지만 이조차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이 전산망에 가입하면 채팅을 하거나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고 하지만 2008년까지 전산망을 이용해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김일성종합대학의 전자도서관에 연결해 전자책과 문서를 보는 일뿐이었다. 그래도 당시에는 앉아서 평양에 있는 도서관에 연결하여 문서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기했다.

북한이 인민들에게 휴대폰이나 내부 인트라넷을 통한 통신 서비스를 허용한 것은 북한정권이 인민들을 위해 한 발 물러선 정책이다. 북한정권은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이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북한은 당국이 아닌 개인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이 언제 돌변하여 폭동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빈틈없이 작동하는 규칙은 아니지만 -북한이 밖에서 들여다보는 것만큼 빡빡하게 돌아가는 사회는 아니다- 북한에서는 세 명 이상이 별 이유 없이 모이면 반역을 모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럼에도 북한이 휴대폰이나 국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이러한 활동이 북한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통신수단을 통해 사람들이 생각을 공유한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같은 시각으로 같은 곳만을 바라보는 이상, 결국에는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정부가 엄청난 양보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을 감수한 결정은 아니었다. 통신수단에 대한 감시 또한 철저히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남한 사투리

이렇게 제한적인 공간에서 북한국민들이 세상을 볼 수 있는 창, 즉 인터넷 역할을 하는 것은 남한에서 송신되는 라디오와 중국의 TV채널, 남한을 비롯한 외국의 영상물을 담은 DVD, 그리고 잡지와 신문 등이다. 이 모든 것들은 전부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된다. 따라서 북한에서의 한류열풍이나 수입 물품들에 대한 열광은 밖에서 북한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외래 문물의 영향으로 북한의 가부장적인 문화가 조금씩 변하기도 하고 일상생활의 언어에도 영향을 끼친다.

북한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북한에 사는 혁이네 집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버지는 별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곧 이어 아버지가 혁이에게 한 말은 "혁아, 서울에서 전화 왔다"였다. 왜 그랬을까?

혁이와 같은 학급에 다니는 여학생이 걸어온 전화였는데 그 친구가 서울 억양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이 나돌 만큼 북한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한류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일상 언어 역시 남한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 표준어에서 화장실은 '위생실' 혹은 '변소'이지만 최근 들어 젊은 세대는 '화장실'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빠른 문화 변동을 겪고 있다. 북한이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우리의 생각이 변화하는 북한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를 상정하고 북한을 바라본다면 북한을 이해하기는커녕 고루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정말로 북한을 이해하고 북한과 소통하고 싶다면 하루 빨리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 있으면 ask@nknews.org로 이름과 사는 곳, 그리고 질문을 적어 보내주세요. 가장 흥미로운 질문을 채택하여 답해드립니다.

* * *

글쓴이 이제선은 20대 후반이며 2011년에 백두산을 통해 탈북했습니다. 메인 사진은 Ray Cunningham이 찍었습니다. 영문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개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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