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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유명 미용 프랜차이즈 아침 조회 시간. 지점 관리자는 미용사들의 용모를 일일이 확인합니다. 머리 스타일과 복장이 단정한지, 눈썹을 그렸는지 볼터치가 빠지진 않았는지 립스틱을 발랐는지 등 ‘풀 메이크업’ 여부를 꼼꼼히 체크합니다.

“이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안 돼 있으면 벌금을 내요. 한 달에 3회 이상 초과했을 때 벌금이 2~3만원 정도였어요.”

서울 강남에 있는 미용 프랜차이즈에서 10년 동안 근무했던 권희우(36·가명)씨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용모 체크’는 대형 미용 프랜차이즈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미용 프렌차이즈에서 일하는 미용사들은 대부분 계약서상 ‘독립된 사업주’지만 이들은 프리랜서라면 받지 않아야 할 부당한 업무 지휘·감독을 일상적으로 받습니다. 때로는 사업주로부터 비상식적인 ‘갑질’에 내몰리기도 합니다.

지난 10월25일 대법원은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미용 프랜차이즈에서 근무하던 미용사들이 낸 퇴직금 소송에서 미용사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사업주가 미용사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었죠. 사업주의 ‘갑질’은 법원 판단의 중요 근거였습니다.

대형 미용 프렌차이즈에서 일하는 미용사들은 형식적으로는 ‘고용된’ 상태가 아닙니다. 고객을 통해 얻은 매출의 일정 부분을 사업주와 나눠 갖는 ‘독립된 사업주’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미용사가 사업주와 계약할 당시 ‘고용 및 근로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계약서를 썼다고 하더라도,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업무 지휘·감독’을 했다면 미용사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갑질’이 계속되다 보니 비슷한 판결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유명 미용 프랜차이즈에서 벌어지는 갑질 행태를 살펴봤다
ⓒ한겨레

한겨레는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사들의 근무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들은 부당한 업무 지휘·감독을 상시로 받았고, 비상식적인 ‘갑질’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들이 당한 갑질은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1. 지각 벌금

“오전 11시에 출근해서 밤 9시까지 일해요. 컴퓨터로 출퇴근 시간을 찍는데 만약 1초라도 늦게 찍히면 지각으로 처리돼요. 1초라도 늦으면 지각 벌금이 기본 3000원에 1분당 100원씩 붙어요. 또 그날 손님을 안 주고 다음 달 휴무도 하루 빼고요.” (권희우)

“오전 9시 반부터 밤 9시까지 근무했어요. 저희는 지각 벌금이 1분에 천원씩이었어요.” (김상미·37·가명·수도권 대형 미용 프랜차이즈 8년 근무)

미용사들이 근로자인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출퇴근 관리’였습니다. 정해진 근무장소, 근무일, 근무시간, 근무방법에 따라 일했고 사업주가 출퇴근을 관리·감독했다면 이것은 미용사가 사업주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자로 근무했다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유명 미용 프랜차이즈에서 벌어지는 갑질 행태를 살펴봤다
ⓒ한겨레

2. 용모 체크 등 근무 규칙

미용사에 대한 사업주의 통제는 출퇴근 관리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미용사들은 엄격한 용모 규정, 제한된 식사 시간, 외출 금지 등이 담긴 근무 규칙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화장은 섀도,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볼터치, 립스틱까지 해야 풀메이크업으로 인정해줘요. 머리는 무조건 짧아야 했어요. 커트나 단발. 특히 머리를 하는 사람들인데 두발 규제를 두니까 너무 힘들었죠. 복장은 처음엔 블랙 앤 화이트였다가 올블랙으로 바꾸다가. 12월엔 레드 포인트라고 한 달 동안 무조건 빨간색으로 입어야 해요. 대표가 봤을 때 옷이 후줄근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사야 했어요. 개인 돈으로 다 해야 하니까 부담이죠.” (김상미)

“직계가족 결혼식에 참가하려고 토요일에 2~3시간 외출하면 다음 달 휴무를 하루 빼야 했어요.” (권희우)

“예약을 30분에 1명씩 잡으라고 해서 평소에 식사를 거의 못 했어요.” (김상미)

3. 강제 유료 교육

이들은 원치 않는 교육을 받아야 했고, 스태프 교육도 맡아야 했습니다. 교육은 주로 근무시간 외에 새벽이나 밤늦은 시간에 이뤄졌습니다. 교육받는 돈은 내야 했지만, 교육해준 데엔 추가 수당이 없었습니다.

“교육은 한 달에 2번 정도 있었고 영업 미팅이다 전략회의다 해서 한 달에 5~6회는 꼭 참석해야 했어요. 교육도 굉장히 많은 돈을 대표한테 지불했고요. 3회에 100만 원짜리도 있었어요. 한 번에 2시간 정도 하는데 하기 싫어도 무조건 해야 해요. 아침에 교육받을 때는 오전 7시까지 가야 하고. 저녁 미팅은 밤 10시부터 새벽 1~2까지 하기도 하고요.” (김상미)

“한 달에 한 번씩 서비스 교육받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매장에서 (스태프들에게) 교육을 해주고요. 아침 8시부터 하거나 더 빠른 경우도 있었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데 교육 때 지각하면 평소 벌금 두 배를 냈어요.” (권희우)

 

유명 미용 프랜차이즈에서 벌어지는 갑질 행태를 살펴봤다
ⓒ한겨레

4. 사업주의 갑질

이외에도 이들은 사업주로부터 비상식적인 ‘갑질’을 수시로 받아야 했습니다. 겉은 프리랜서지만 사실상 철저한 종속적 관계였죠. 이들의 신분을 악용해 일부 사업주들은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연말에 음악회를 하겠다면서 모든 미용사에게 사비로 악기를 사고 레슨을 받게 했어요. 유통기한이 지난 헤어제품을 강매하고. 명절이나 화이트데이 같은 기념일에 ‘다른 애들은 명품을 선물한다는데 너는 뭐를 준비하냐’고 묻고요. 대표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는 무조건 20만원씩 통장으로 보내라고 했어요.” (김상미)

“신입 디자이너들은 무조건 헤어쇼에 출전해야 했어요. 모델료, 머리 장식 등 100만원 이상 들어요. 또 한 달에 2~3명 정도 ‘비포 앤 에프터’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 하는데, 고객한테 비용 10% 깎아주고 부탁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걸 제출하지 않으면 제출할 때까지 하루당 벌금이 5천원씩 들어가는 거예요. 미용실 전단지 돌리는 일도 했고요.” (권희우)

사업주의 이러한 갑질 행태는 미용사들이 ‘독립된 사업주’가 아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최근 미용사들의 대법원 승소를 끌어낸 강민우 변호사는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업무 지휘·감독) 중심으로 판단했다”며 “(해당 사건에서도) 사업주의 생일에 (미용사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등 축하 공연을 했던 영상이 증거로 인정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미용사가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거나, 계약서상 ‘독립된 사업주’로 돼 있거나, 사전에 약정한 소득분배율에 따라 소득을 배분받았다고 해도 근로자로 인정받는 데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용사들의 목소리를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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