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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치에 이른 '대통령 리스크'
ⓒ연합뉴스

내우외환이다. 위기다. 그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감정이 도사리고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와 분노 조절장애가 추동하는 대통령의 사감이 국정에 깊숙이 투영되면서 나라의 위기를 키우고 있다. 밖이 시끄러우면 안이라도 진정시키고 안이 소란하면 밖이라도 조용하게 만드는 것이 국정 운영의 기본이련만, 그러기는커녕 안팎이 동시에 요동치고 있다. 밖에선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도발로 소동이고, 안에선 집권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배신자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면서 민심이 흉흉하다.

문제는 위기의 상당 부분이 대통령의 걸러지지 않은 사감에 의해 촉발되고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관훈토론에서 대통령의 오락가락 경제인식과 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며 경제난으로 나라가 결딴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나는 그보다도 먼저 사감을 앞세우는 대통령의 절제력 잃은 리더십이 나라를 망칠 것 같아 걱정이다.

표면적으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유승민·진영·이재오 등 '대통령의 배신자들'을 제거한 주범으로 꼽히지만, 병풍 뒤에 대통령이 있고 이 위원장은 그의 뜻을 대리 집행하는 '망나니'에 불과하다는 걸 간파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중국의 전통 병법인 삼십육계 중 하나인 '차도살인'(남의 칼을 빌려 적을 해치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할 만하다.

차도살인 전법을 쓰더라도 합당한 명분과 논리가 있고 수긍할 만한 절차에 의한 것이면, 그리 놀랍진 않을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에 반대하고, 당에서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한 것이 어찌 당 정체성에 어긋나고, 국회의원의 품위를 해치며, 편안한 지역에서 다선을 누린 공천 배제 조건에 해당하는가. 공천 학살의 핵심 대상인 유승민 의원을 쳐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알아서 탈당해 달라고 공개 요구하는 치사함은 또 무엇인가. 이 모든 행태가 박근혜 정권이 민주·공화의 원리가 아니라 지도자의 사감에 기초해 움직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보복의 강도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김정은 정권의 숙청극과 본질에서 차이가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대통령의 격한 감정이 짙게 묻어 있는 정책이 즐비하다. 중국이 북한 압박에 미온적인 자세라고 해서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파트너'라고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리고, 미국, 중국, 러시아 사이의 전략경쟁을 유발할 게 뻔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무모하게 밀어붙이며, 남북협력의 최후 보루인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하기로 한 것이 지도자의 화끈한 성정을 보여줄 수는 있겠으나, 상대가 있고 강제력 발동이 어려운 국제정치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이성적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삼십육계 중 '기회가 있을 때 벌떼처럼 공격하라'는 진화타겁의 병법을 연상시키지만, 이것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태를 주동적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초강력 유엔 제재 결의 채택에도 불구하고 벌써 우리나라와 관련국 사이에 제재 목표에 대한 미묘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 체제 붕괴를 내걸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제재와 평화협정의 병행을 강조하고, 미국은 비핵화 협상 유도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선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반대를 공언하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와 정부의 추가 독자 제재는 박 정권이 애초 내걸었던 3대 외교·안보정책인 대북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모두 무화시켰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쏟아낸 감정적인 정책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대통령은 나라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룬다지만, 국민은 대통령 걱정에 피가 마르고 있다. 폭발 직전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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