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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제주4·3 증언 본풀이 마당'에 나온 김순혜(78) 할머니와 남편 양치부(76) 할아버지가 4·3사건 당시 가족을 잃고 후유장애를 겪은 삶에 대해 증언했다.
31일 오후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제주4·3 증언 본풀이 마당'에 나온 김순혜(78) 할머니와 남편 양치부(76) 할아버지가 4·3사건 당시 가족을 잃고 후유장애를 겪은 삶에 대해 증언했다. ⓒ연합뉴스

"4·3사건 때 가슴에 박힌 포탄 파편이 남아있는 줄도 모르고 48년 동안이나 살아왔으니…"

31일 오후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제주4·3사건 제67주년을 앞두고 열린 증언 본풀이 마당에 나온 김순혜(78) 할머니는 남편 양치부(76) 할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4·3의 광풍에 부모형제 등 가족들을 잃고 후유장애를 겪었던 지난 삶의 아픔들을 담담하게 풀어놨다.

제주읍 오라리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열두 살 소녀 때인 1948년 11월 이웃 마을 연동리가 불태워지던 날 저녁, 밭에 둔 소를 몰러 속칭 '섯구린질'로 나갔다가 군인들이 발사한 로켓 포탄 파편에 맞아 등과 오른쪽 허벅지를 다쳤다.

할머니는 당시 오빠의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간 다음 날 도립병원에서 파편 제거 수술을 받았고, 스물세 살에는 현재의 남편과 결혼해 아기도 낳고 살다 보니 자신이 파편을 맞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을 다 낳은 후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슴 통증이 시작됐다. 몸에 힘이 없고 통증으로 잠을 이룰 수 없는 날들도 점점 많아졌다. 도내 병원을 다 돌아다녀봐도 감기증상이라고만 하고 병명과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점쟁이와 심방이 귀신이 붙었다고 해서 굿도 여러 번 했다.

그러고도 여러 해가 지난 1994년 도내 병원에서 암이라는 진단이 나와 서울의 병원으로 가 검사하는 과정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통해 폐에 박힌 포탄 파편조각을 뒤늦게 발견, 이듬해 10월 제거수술을 했다. 48년 만에 꺼낸 것이다. 의사가 보여준 파편조각은 엄지손가락만 했다.

할머니는 "당시에 쇳조각이 어떻게 폐에 들어갔을까 놀랍기도 했고, 쇳덩이를 가슴에 안아 평생을 살아오느라 그렇게 무서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아픈 과거를 회상했다.

5남매였던 할머니는 4·3으로 큰오빠와 막냇동생도 잃어야 했다.

큰오빠는 밭에서 보리를 갈고 돌아오다가 산사람(폭도)으로 몰려 잡혀가 아무 죄없이 총살당했다. 세 살 무렵이던 막냇동생은 소를 돌보던 둘째 오빠의 등에 업혔다가 군인 차 소리에 놀란 20∼30마리의 소들이 날뛰는 바람에 바닥으로 떨어진 뒤 소에 밟혀 척추를 다쳐 5개월 만에 숨졌다.

할머니의 남편인 양 할아버지도 4·3 당시 부모를 모두 잃었다.

양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연동리에서 오라리로 소개된 후 토벌대에 연행됐다. 이후 목포형무소에 보내졌다는 소문을 들었으나 현재까지 행방불명인 상태다.

청각장애인이었던 (작은)어머니는 피란을 가던 중 토벌대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해 대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살당했다.

여섯 살에 생모를 잃고, 열 살에는 4·3으로 아버지와 (작은)어머니까지 모두 잃어 고아가 된 할아버지는 김 할머니와 결혼한 후 서로 4·3의 상처와 설움을 보듬으며 살고 있다.

본풀이 마당에서는 북부예비검속희생자유족회 양용해(82·애월읍) 회장이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예비검속으로 끌려가 희생된 아버지의 한을 풀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과정을 들려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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