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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를 주목하는 이유
ⓒtvN

요즘 <삼시세끼>의 인기가 대단하다. 남자들이 하루 세끼 밥 해 먹는 이야기일 뿐인데. 나는 특히 지난 만재도 편을 재미있게 보았다. 내가 낚시꾼이어서 그런지, 큰소리 떵떵 치던 유해진이 마지막까지 감성돔을 못 잡고 소 뒷걸음에 쥐 잡듯 우럭 잔챙이를 잡는 걸 보는 맛이 쏠쏠했다. 그런데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끈 사람은 차승원이다. 허름한 부엌에서 어렵사리 구한 재료들로 하루 세끼의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는 그는 주부들의 일상을 기막히게 재현했다. 나아가 낚시질이 서툰 유해진을 다독이며 부족한 식재료의 한계를 장인의 기술로 극복하는 대목에서 그 옛날 어머니들의 재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삼시세끼>를 둘러싸고 '주부의 고단한 일상을 일깨워 주었다', '여전히 남녀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지 못했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남자들도 밥 짓고 아이 키우는 일을 거드는 게 아니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사실 교장 퇴임 후 최근 몇 년간 나는 우리 집의 아침밥을 책임졌다. 이전에도 살림을 분담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실제 내가 집에서 한 일이라곤 기껏해야 밥상 차리기나 아내가 요리할 때 잔심부름하기, 힘 좀 쓰기에 불과했다. 그런데 막상 아침을 책임지다 보니 그 일이 생각보다 만만찮았다. 우선, 재료를 구입하고 다듬어서 요리를 하는 과정부터 여의치 않았다. 게다가 식사 후 설거지만 마치면 만사 끝이 아니다. 다음 끼니를 염두에 둔 뒷정리와 분리배출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일이 왜 그렇게 귀찮고 힘겹게 느껴질까 곰곰 생각해 보니, 내 몸이 집에서의 일상에 길들여져 있지 않다는 게 떠올랐다. 그리고 남녀는 평등하다는 관념을 머릿속에 지니고 있었을 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 적은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그나마 '난 괜찮은 남자야'라고 자위하며 지내왔다는 것을!

최근 우리 사회에 '된장녀', '김치녀', '아몰랑' 등 여성 혐오 표현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학자는 가부장제가 흔들리는 과정에서 남성들의 권위가 약화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의 표출이라고 해석한다. 다른 학자는 생존경쟁에 불안을 느낀 일부 젊은 남성들의 피해의식, 즉 남자들이 군대에서 고생하는 동안 여자들은 스펙을 쌓고 있다는 '역차별' 정서가 혐오감으로 표출된 것이라 해석한다. 그런데 나는 이 현상의 주요 배경으로 평소 주변 사람들을 남녀, 연령, 지위, 학력에 상관없이 나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 보지 않고 서열을 매기는 우리의 습속을 주목한다. 이렇듯 서열의식이 몸에 배어 있을 때, 밥그릇이나 지위, 명예를 얻기 위한 싸움에서 불리해지면 진정한 원인을 찾기보다는 그 책임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나아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갑질'을 일삼게 되는 것 같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일부 남자들의 성추행 사건도 그런 갑질의 일종이 아닐는지....

그렇다면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의식, 특히 감수성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학교에서 추상적 지식만 가르치려 하지 말고 일상의 '삶'을 복원해야 한다. 내가 <삼시세끼>를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요즘 전국의 여러 학교에서 시도해온 것처럼 남녀 학생이 함께 농사나 요리, 기타 몸을 놀려 배우는 활동을 하게 하자. 그러다 보면 갈등이 생기고, 이 갈등을 해결하려 회의도 하고 규칙도 만들 것이다. 또 서로의 장점을 살려 협력하는 법도 배울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서로를 동등한 '사람'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길러지지 않을까? 또한 남녀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도 자연스레 깨지지 않을까?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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