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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했다
ⓒKEMAL ASLAN / Reuters

‘술탄의 도박’은 실패했다.

23일 치러진 터키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야당인 공화인민당’의 에크렘 이마모을루(49) 후보가 과반 54%를 득표해, 집권 정의개발당 후보인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45.1%)를 큰 표차로 따돌리고 당선했다고 터키 관영 <아나둘루> 통신이 전했다.

앞서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이마모을루 후보는 불과 0.2%포인트 차이로 집권당 후보를 따돌렸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까지 나선 집권 여당의 끈질긴 부정투표 시비로 재선거를 치른 끝에 이번엔 압도적 차이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이날 밤 환호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오늘 승리는 어느 한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이스탄불과 터키의 승리”라며 “우리는 이스탄불의 새로운 시작을 열고 있다. 거기엔 정의·평등·사랑이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나는 당신과 보조를 맞춰 일할 준비가 돼있다. 가능한 빨리 회동하기를 이 자리에서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엔 일찌감치 패배를 인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위터에 “터키 국민(의 뜻)이 오늘 다시 한 번 나타날 것이다. 비공식 선거 결과에서 승리한 이마모을루 후보에게 축하를 보낸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경쟁자였던 이을드룸 후보도 “우리는 이스탄불 시민을 위해 이마모을루가 하려는 모든 일에 협력하겠다”며 우호적인 축하 성명을 냈다.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했다
ⓒKEMAL ASLAN / Reuters

이번 재선거 결과는 야당이 단지 지방자치단체 한 곳에서 집권당을 꺾은 것 이상으로 실질적,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인구 1500만명의 이스탄불은 고대 로마제국 시절부터 부흥한 고도이자 터키 최대의 경제 중심지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출신지이자 1994년 시장 당선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정치적 고향으로, 이슬람 보수주의 지지 세력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평소 “이스탄불을 장악하는 자가 터키를 장악한다”고 말해온 이유다.

2001년 에르도안이 창당한 정의개발당은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수도 앙카라에서도 야당에 패배했으나 이스탄불만큼은 지키겠다며 정치적 승부수를 걸었다. 그런 정의개발당이 2002년 집권한 이래 처음으로 이스탄불에서, 그것도 이스탄불의 한 구청장 출신인 야당의 정치 신인에게 시장 자리를 내어준 것은 가장 뼈아픈 패배로 기록됐다.

앙카라 소재 빌켄트 대학의 베르크 에센 교수(국제관계학)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이번 선거는 이을드룸 후보 뿐 아니라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도 거대한 패배로, 재선거라는 도박이 역풍을 맞았다”고 짚었다. 그는 “집권당의 엘리트들은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를 축소하고 별 게 아닌 것처럼 행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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