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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전 고문 없었다고 위증한 보안사 수사관에게 양형기준 넘는 형이 내려졌다
ⓒ한겨레

고문 피해자의 재심 사건에서 ‘고문한 사실이 없다’며 허위 증언한 고문 수사관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는 28일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병천(82)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허위 진술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을 방해하고 국가 사법 기능을 침해했다. (허위 진술은) 인권 침해 행위를 은폐·축소하려 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고씨는 2010년 12월16일 재일동포 간첩 조작 피해자인 윤정헌(65)씨의 재심 재판 증인으로 나와 ‘고문을 하지 않았다’고 허위 증언해 지난해 12월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고씨는 전 국군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 대공처 수사관으로, 1984년 윤씨와 1982년 이종수씨 등을 불법 구금한 뒤 철제 의자에 앉혀 몽둥이로 때리거나 의자에 앉혀 지하로 낙하시키는 ‘엘리베이터 고문’을 벌이는 등 숱한 가혹 행위를 저지른 인물이다. 고씨는 “당시 국가 안보를 최우선시하던 특수한 사회상황이 있었고, 대공수사기관에서는 가혹 행위와 같은 불법 수사가 관행이었다”며 “가혹 행위로 사리사욕을 추구하려는 의도도 없었고 사실대로 진술할 경우 조직과 동료,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킬까 우려해 허위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해왔다.

이 판사는 “당시 안보상황이나 대공수사 관행이 고문 등 가혹행위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피고인은 당시 계장 다음 높은 계급으로 간첩 검거·수사를 인정받아 포상을 받기도 했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고문에 가담했고 개인적인 영달을 추구한 바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저지른 행위는 피해자에게 평생 씻어낼 수 없는 고통과 피해를 안긴 만행에 가까운 행위이며 어떠한 경우라도 관행이라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고인 가족에게 고문 가해졌을 때도 그와 같은 입장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지만 고문 피해자들의 생명과 신체의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가할 때 피해자들에게도 기다릴 가족이 있음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피고인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이 사건은 (고씨의) 자백이 적용돼 징역 1월부터 10월까지 선고할 수 있는 사건이나 양형기준을 상회하는 형을 선고하겠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선고 공판을 지켜본 윤정헌씨는 취재진에 “검찰 구형이 1년밖에 안 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까지 붙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이라면서도 “1년은 금방 지나가는데 그 사람 때문에 피해 입은 사람이 적어도 50명이다. (형량이) 50년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수(60)씨는 “그 사람이 징역형을 받는다 해도 피해자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이 사건으로나마 수사기관이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재판을 함께 지켜본 고문 피해자들도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입을 모았다.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으로 고문 피해를 본 김태룡(69)씨는 “법원이 고문가해자를 엄히 처벌해준 데 대해 사법부 정의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부의 판결을 보니 가슴에 한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84년 국군보안사령부에 의해 고문 피해를 당하고 간첩으로 내몰린 나종인(80)씨도 “재판부가 하나하나 고문가해자의 주장을 반박해줘 속 시원했다. (사법부가) ‘더 뒤로 후퇴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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