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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적폐

깐깐한 할아버지 신구가 손녀에게 선물할 차를 정성껏 고르는 한국지엠 스파크 광고가 세계적 권위의 광고제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일하는 성명석씨. 3년 동안 스파크를 정성껏 만들어온 그는 새해가 되면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정규직이 비정규직 자리로 옮겨오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67명이 짐을 싸야 할 판이다. 회사는 '정규직을 앞세운 비정규직 일자리 빼앗기'를 '인소싱'이라고 불렀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잔혹사는 2008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차량 판매가 급감하자, 회사는 정규직을 전환 배치해 1천명이 넘는 비정규직을 잘랐다. 2015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군산공장에서 1천명을 내보냈다. 비정규직의 목을 칠 칼을 정규직의 손에 쥐여주는, 가장 야비하고 비인간적인 해고 수법. 단연 '금상' 감이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에는 사내하청 노동자 700명이 일한다. 2013년 2월28일 대법원은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해 닉 라일리 전 회장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그해 12월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 직접고용 명령'이라는 박근혜 공약을 지킨다며 특별근로감독을 벌였다. 그런데 결과는 '혐의 없음'. 그러나 2016년 6월13일 대법원은 창원공장에 대해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 기업주 편에 서서 법원 판결을 우롱한 '노동부 흑역사'다.

노동 적폐

현대·기아자동차. 2010년 7월22일 대법 판결을 시작으로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법원 판결이 아홉차례나 나왔다. 촛불이 한창이던 2월10일 서울고등법원은 비정규직 600여명에 대해 정규직 지위를 인정했다. 2월24일 시민 999명이 정몽구 회장과 경영진을 특검에 고발했다. 지난 5월 노동부 경기지청이 기아차 화성공장에 근로감독을 벌였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정규직을 채용해야 할 자리에 불법으로 파견(하청)노동자를 사용해 노동계로부터 '노동 적폐 1호'라고 불리는 정몽구 회장은 조사 한 번 받지 않았다.

재벌의 불법파견을 방치하자 범죄는 조류독감처럼 퍼져나갔다.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gabjil119.com)에 불법파견 신고가 빗발친다. 22만명이 일하는 국내 최대 반월·시화공단에는 불법파견업체가 판친다. 직업소개소가 편의점보다 많고, 일자리를 알선하는 '삐끼'가 활개 치는데 노동부는 말이 없다.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김수억 지회장이 11월21일 '현장노동청 결과 보고대회'에서 김영주 장관을 만나 한국지엠 창원공장을 방문해달라고 했다. 재벌 눈치 보지 말고 대통령 공약대로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에 직접고용 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김 장관은 "내일이라도 근로감독관을 보내 비정규직 노조를 만난 뒤 이번주 내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제 성명석씨는 해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까? 노동부는 대기업에 직접고용 명령을 내릴까? 검찰은 정몽구 회장을 조사할까?

오늘도 '직장갑질119'에는 '직딩'들의 탄식이 메아리친다. 노동부가 재벌 노무부서로 전락한 사이 직장이 지옥으로 변했는데, 관료들은 일손 부족 타령이다. 지난 1월 엘지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여고생이 죽었다. 사회단체가 현장실습 폐지를 요구했지만 교육부·노동부 관료들은 핑계 대기에 바빴다. 제주에서 이민호군이 기계에 목이 끼여 숨진 뒤에야 호들갑을 떤다. 새로 출범한 고용노동행정 개혁위원회가 노동 적폐를 청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자기들만 살겠다고 비정규직 해고에 도장 찍어주는 정규직노조 적폐는 어떡하지?

* 이 글은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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