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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포용금융 확대, 모험자본시장 활성화 본격 추진,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재단 특별 출연, K-엔비디아 육성.

최근 국내 4대은행의 홍보 자료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이다. 당국의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 중시 기조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힘쓰고 있는 모습들이다. 

단순히 '말'뿐이 아니라 실질적 행동과 자본 배분을 통해 포용 금융과 생산적 금융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허프포스트코리아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허프포스트코리아

다만 이러한 실질적 활동들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은행의 이사회 구성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 “(금융 지배구조 개선 TF를 통해)IT·보안 및 금융소비자 분야의 대표성 있는 사외이사를 최소 1인 이상 포함하도록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을 개편할 것”이라고 말한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와 생산적 금융의 최전선에 서있는 은행들의 이사회 구성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금감원장의 발언에는 디지털 혁신과 모험자본 공급 같은 '생산적 금융'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리스크를 관리할 IT·소비자 보호 역량이 이사회에 필수적이라는 당국의 판단이 깔려 있다.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은행권이 이사회 전문성 강화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 '모험자본·포용' 외치는데 은행 이사회엔 전문가가 없다, IT·소비자 전문가 '기근'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사외이사진 구성을 분석한 결과 IT와 소비자보호 분야의 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들의 전문분야 다양성 부족이 가장 눈에 띄는 은행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의 사외이사는 모두 6명이다. 하지만 6명 모두 경제·경영, 혹은 법률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인물로, IT·소비자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은행 사외이사진은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 안숙찬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 신요환 전 신영증권 대표이사, 박원상 전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현지법인 대표, 이경희 전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최윤정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등으로 구성돼있다.

과점주주체제로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과점주주들의 영향력이 큰 우리금융그룹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전문성이 한쪽으로 쏠려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나머지 3개 은행들 역시 소비자 전문가, IT 전문가 가운데 한 축이 비어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B국민은행은 5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문수복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가 IT 전문가 포지션을 맡고 있지만 소비자보호 분야 전문가는 찾아볼 수 없다. 나머지 사외이사는 서태종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성진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윤대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등 금융권 출신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정숙 변호사가 삼성증권 컴플라이언스 실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소비자 분야의 전문성을 일정부분 띄고 있기는 하지만 법률가라는 것을 고려하면 소비자 분야 전문성보다는 내부 통제 관련 전문성이 더 눈에 띄는 인사다.

신한은행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6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이인재 전 삼성카드 디지털본부 부사장이 IT 관련 경험을 갖추고 있지만 소비자보호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 김성남 회계사, 함준호 한국금융학회 이사, 야마모토 신지 영신상사 대표이사(관서대학교 상학부 출신), 박상규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 등 법률과 경제 분야 전문가들이 나머지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어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소비자보호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IT 전문가는 없다. 

권영선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가 사외이사로 있긴 하지만 행정학 석사, 경제학 박사 학위를 보유한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으로 기술경영, 정책 쪽에 전문성의 무게가 실려 있어 IT 전문가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최근 금융권의 화두인 '보안'과 관련해서는 4대 시중은행 어디에서도 관련 전문가를 찾아볼 수 없다는 특징도 있다. 금융당국이 보안 사고 방지를 위해 전문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사외이사진 규모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외이사진의 규모가 많아야 6명인 구조에서는 사외이사 전문성을 다양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의 대형 은행들은 국내 4대 은행, 나아가 4대 금융지주들보다 사외이사진의 규모가 훨씬 큰 경우가 많다. 2025년 기준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씨티그룹(자산 규모 순)의 사외이사진 규모는 각각 11명, 13명, 12명, 10명이다. 

◆ 지주사엔 있는데 은행엔 없다, 3월 주총에서 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 효과 은행까지 미칠까

흥미로운 점은 금융지주 차원에서는 사외이사 구성이 꽤 다채롭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는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와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를, 하나금융지주는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 대검찰청 양성평등정책위원 등을 지낸 원숙연 이화여대 교수 등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유진기업 윤리경영실 사장을 지낸 김춘수 사외이사, 다우키움그룹에서 IT 전문가로서 커리어를 쌓은 김영훈 사외이사 등을 통해 관련 전문성을 보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주사의 '모범 답안'이 실제 영업 현장을 책임지는 자회사인 은행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실제 대출 심사나 상품 판매 등 소비자 접점이 발생하는 곳은 은행”이라며 “은행 이사회가 전통적 '법조·관료·교수' 출신 편중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급변하는 금융 환경과 당국의 요구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가 은행권 이사회 변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1년 동안 상생·포용금융과 함께 내부통제 및 IT 보안 강화를 금융감독의 핵심 과제로 제시해왔다. 특히 금융사고와 불완전판매 이슈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사회의 감시 기능과 전문성 결여를 문제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동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TF' 역시 사외이사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핵심 평가지표로 삼고 있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있을 지주사의 사외이사 재편과 맞물려 그동안 상대적으로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은행 사외이사진 개편에도 '칼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이 사외이사 위주의 임추위(혹은 사추위)를 운영하고 있지만, 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가진 구조상 지주의 영향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금감원 TF가 지주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면 그 변화의 바람은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까지 필연적으로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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