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9일 5200선을 넘는 등 신기록을 계속 새로 쓰면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 투자 경험이 있는 이들뿐 아니라, 그간 시장에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까지 연일 쏟아지는 주식 관련 소식에 이끌려 이른바 ‘불장’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코스피 5000 공약을 건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하지만 이 같은 주식 열풍을 마냥 반기지 않는 이들도 있다. 국민의힘 쪽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경제 공약인 ‘코스피 5천’을 비웃었는데, 이를 믿고 ‘국장’을 떠났던 이들이 당황해 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대선에서 해당 공약을 두고 “반시장·반기업 DNA의 이재명 후보가 허황된 구호를 외치고 있다”며 “코스피 5천은 신기루에 가깝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이어 “기업 가치의 성장과 튼튼한 경제 기초 체력, 시장의 신뢰가 쌓여야 가능한 목표인데, 기초공사는 생략한 채 화려한 2층·3층 집을 올리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후 예상과 달리 코스피 5천이 현실화되자, 나 의원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이르다”며 “국민에게는 체감 없는 ‘착시의 시간’일 수 있다. 지수는 뛰었지만 실물경제가 과연 나아졌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10월 “이재명 정부가 입으로는 코스피 5천을 외치고 있지만, 민주노총에 사로잡힌 정부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지난해 5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거론하며 “기본적인 부분을 악화시키는 사람이 주가를 5천까지 올리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여권이 추진한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정치권뿐 아니라 연예계와 유튜브 업계에서도 코스피 5천을 둘러싸고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식에 3년간 묶여 있었다고 밝힌 유튜버 '침착맨'은 지난해 7월 라이브 방송에서 “이제야 주식이 양전됐다”며 “못해도 3년 묵혔으니 10%는 먹어야겠다”며 매도를 미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버티지 못하고 주식을 처분했는데, 그뒤 삼성전자 주가는 더욱 뛰었다.
이후 침착맨은 다른 방송에서 “아직 주식 보유하고 있느냐, 9만 원 갔다더라”는 시청자의 질문에 “나는 74층에서 불법 투신했다. 그 얘기는 하지 말라”며 씁쓸한 대답을 내놨다. 이는 상승장 속에서도 매도 시점을 놓고 갈등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복잡한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유튜버 슈카월드(왼쪽), 유튜버 침착맨. ⓒ연합뉴스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는 과거 코스피 5천 공약을 두고 이 대통령을 풍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유튜브 채널 ‘머니코믹스’에 출연해 대선 후보들의 경제 공약을 소개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5천 시대를 열겠다”며 과장된 몸짓과 함께 무표정한 박수를 쳤다.
그러나 이후 실제로 코스피가 5천 선을 돌파하자, 그는 이번달 27일 ‘1000조 전자, 팔십닉스 불꽃상승 코스피’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최근 증시 호황을 분석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태세 전환이다”, “경제 유튜버가 부끄럽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다만 이는 영상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반응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당시 문제로 지적된 영상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코스피 5천 공약뿐 아니라 김문수 후보의 AI 청년 인력 양성 공약, 이준석 후보의 정부 부처 통폐합 및 대통령 권한 분산 공약 등도 유사한 톤으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즉 슈카월드가 주요 후보들의 공약을 가볍고 풍자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라는 설명이다.
한편 한국 증시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독일을 제치고 대만에 이어 세계 10위로 올라섰다. 코스피는 지난해 1월 이후 약 1조7천 억 달러 규모로 불어났으며, 지난해 76% 급등한 데 이어 올해도 23% 상승하며 강한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사상 최고치 경신 속에 이 같은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