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과 중국 사이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지역인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서해구조물'을 이동하기로 하면서 한중 관계 회복에 속도가 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중외교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중국이 설치한 서해구조물. ⓒ 허프포스트코리아
청와대는 28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한국 정부는 잠정조치수역 안에 일방적 구조물 설치를 반대한다는 입장 아래 중국과 협의를 이어왔다"며 "중국의 서해구조물 이동 조치를 의미있는 진전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어 "한국 정부는 서해에서 한국의 해양권익을 적극 수호하는 가운데 서해를 '평화롭고 공영하는 바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기업이 현재 관리하는 플랫폼(서해구조물) 이동과 관련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업이 자체적 경영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한 배치"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라 한중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던 서해구조물은 PMZ 밖으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 구조물들은 중국이 서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이른바 '내해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평가돼 한중 사이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바 있다.
한국과 중국은 해안선이 가까워 수산자원과 해저자원을 탐사·개발·보존 등 경제적 활동을 독점적으로 할 수 있는 배타적경제수역이 겹쳐있다. 이런 지역을 PMZ로 설정하고 공동관리해왔다. 그러다가 중국이 2018년 '선란 1호', 2024년 5월 '선란 2호'라는 구조물을 설치해 갈등이 고조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한국과 중국에서 만나 현안을 논의하면서 서해구조물 문제를 적극적으로 의제에 올렸다.
이번 조치는 중국 쪽이 한중정상회담의 합의를 이행한 것으로 이 대통령의 외교 성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중국 국빈방문 마지막 날 상하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해구조물을 중국이 옮기게 될 것이다"며 "공동관리수역 중간에 선을 긋기로 했고 실무협의를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의 서해구조물 이동조치로 한중관계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그동안 구조물을 두고 민간기업의 활동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동사실을 외교부 정례 브리핑으로 직접 공개한 것은 중국 정부차원의 의지가 담긴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구조물 모두를 옮기는 것은 아니어서 향후 추가 협상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 비영리 정책연구기관 CSIS 산하 연구 플랫폼 비욘드 패러렐은 중국이 서해 PMZ 안에 있던 대형 구조물 1기를 이동한 것은 한국 정부의 지속적 압력에 따른 조치라고 평가했다.
제니퍼 준 비욘드 페러렐 연구위원은 "중국이 비록 서해구조물을 옮겼지만 여전히 기업자율 조정이라는 프레임을 고수하고 있고, 나머지 구조물을 철거하지 않은 상태인 만큼 한중 사이 해양경계 협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