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진행하던 불법이민자 단속을 두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연방요원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권자 2명이 연이어 사망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위기감에 수습을 시도하는 것으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 허프포스트코리아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오늘 밤 톰 호먼 이민문제 총괄책임자(국경 차르)를 미네소타로 파견한다"며 "그는 이 지역에 관여해오지 않았지만 현지의 많은 인사를 잘 알고 좋아한다"고 적었다.
톰 호먼은 백악관 '국경 차르'로 불리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1순위 국정과제로 꼽히는 국경보호 및 이민 단속을 총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먼 총괄책임자를 파견하기로 한 것은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이민단속 작전을 벌여온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순찰대장의 단속 방식이 잔혹하고 폭력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방송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비노 국경순찰대장과 일부 요원들이 미네소타를 떠나 각자의 관할구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단속 과정에서 2명의 시민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자 단속책임자 교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치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략적 후퇴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단속을 두고 민주당 소속 전 미국 대통령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보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당과 상관없이 모든 미국인이 우리의 여러 핵심가치가 공격받고 선량한 미국시민이 사망하는 비극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SNS를 통한 성명에서 "선량한 시민이 사망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며 "우리 모두 일어서고, 목소리를 내며, 이 나라가 여전히 '국민이 주인'임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미국 시민권자인 알렉스 프레티가 24일 연방 단속요원의 단속에 저항하다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7일에도 일반 시민인 르네 니콜 굿이 연방요원의 총격에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외교 분야에서도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그린란드에 대한 군사적 강제수단과 유럽 8개 나라에 대한 추가관세 위협을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병합'을 위협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를 비롯한 8개 나라에 10~25%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해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회군'을 두고 정치적 한계에 봉착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단적이고 폭력적 발언을 쓰지만 외교 및 정치적 반발이 커지면 실제로는 뒤로 물러서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 정치에서 후퇴한 모습을 보인 것은 그 권력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또한 워싱턴포스트는 "그린란드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레드라인(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