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현장을 전수 조사한 고용노동부가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지위를 격상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심을 다소 벗어난 결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충북 청주시 소규모 건설현장이 밀집한 지역에서 패트롤(현장 순찰) 점검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23일 건설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가 20일 발표한 포스코이앤씨의 ‘산업안전보건감독 결과 발표’에서 CSO의 직급을 문제시한 것과 관련해 회의적 시선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5건의 사망 사고를 낸 포스코이앤씨를 대상으로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평소보다 강도 높은 조사 감독을 벌였다. 그 결과 포스코이앤씨의 전국 현장과 본사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 403건이 적발됐다.
조사 이후 고용노동부는 여러 권고사항을 내놓았는데 이 가운데 주목되는 것이 CSO의 직급 격상이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포스코이앤씨 CSO의 직급이 ‘상무보’로 다른 사업본부의 장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직급 차이로 다른 사업 영역에 지시를 내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10대 주요 건설사의 CSO 직급을 살피면 포스코이앤씨의 CSO 직급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각 건설사 CSO의 직급을 살피면 GS건설은 사장,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HDC현대산업개발은 부사장,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은 전무,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상무를 맡고 있다.
반면 등기임원 여부를 따지면 10대 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 CSO가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미등기 임원은 이사회의 경영 전략 수립에 개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법적 책임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고용노동부가 CSO의 직급을 문제 삼은 것을 두고 한쪽에서는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무조건 직책에 ‘안전’이란 명칭이 붙어야 안전관리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핵심 사업 리더가 안전에 대한 의지를 얼마나 보여주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무작정 CSO의 직급을 높인다고 해서 안전이 강화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그런 권고 자체가 건설사의 재량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고용노동부의 감독은 매년 이뤄지는데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보여주기식 정책에 가깝다”며 “산업 안전은 법 규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부문으로, 정부가 법제부터 예측가능하고 이행가능하게 정비하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제 차원에서도 고용노동부의 지적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 전문 이모 변호사는 “CSO의 직급 문제는 어디까지나 부차적 문제”라며 “실제 법정에서는 인사, 예산 등 안전과 관련한 모든 것의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였느냐가 가장 중대한 문제로 다뤄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