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주가가 20일 3.02%나 하락한 데 이어 21일에도 22.35%(10만7500원)나 폭락하며 37만3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앞서 알테오젠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자회사 테사로(TESARO)의 면역항암제 젬퍼리(Jemperli, 성분명 도스탈리맙)에 대한 하이브로자임 플랫폼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었다고 20일 발표했다.
22일 알테오젠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계약금(약 295억 원)과 마일스톤(약 3905억 원)을 합쳐 최대 4200억 원 수준이다.
호재성 발표에도 알테오젠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이는 투자자들이 계약 규모가 기대치에 밑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태연 알테오젠 사장이 15일 미국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ALT-B4에 대한 기술이전 발표를 이르면 다음주 진행할 예정이며, 이전 기술이전과 비슷한 규모”라고 밝힌 것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ALT-B4는 알테오젠의 피하주사(SC) 제형 플랫폼에 사용되는 물질(히알루로니다제)이다. 이전 기술이전은 알테오젠이 지난해 3월 아스트라제네카와 맺은 13억5천만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계약을 뜻한다.
아울러 알테오젠이 미국 머크(MSD)로부터 수령하는 ‘키트루다 큐렉스’의 로열티 비율이 2%라는 사실이 21일 알려지면서 알테오젠 주가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애초 알테오젠은 머크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 로열티 비율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혀 왔는데 MSD의 3분기 보고서(FORM 10-Q)에서 공개된 것이다.
알테오젠은 2020년 6월 머크와 ALT-B4에 대한 사용권을 부여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2024년 2월에는 이 비독점 계약을 키트루다 SC 제품에 대한 독점 공급 및 사용권 계약으로 전환하며 마일스톤(약 1조4770억 원)과 로열티를 수령하는 구조로 변경했다. 시장에서는 이 로열티를 4~5%로 추정해 왔는데, 2%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로열티율이 5%일 경우 알테오젠이 받는 로열티는 연 1조 원 이상, 2%일 경우에는 연 4300억 원 수준이다.
◆ 증권가 “기대치 높았을 뿐 경쟁력 사라진 것 아냐”
투자자들에 대한 이 같은 우려에도 알테오젠의 경쟁력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이번에 알테오젠과 계약을 맺은 제품은 PD-1(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 면역항암제인 도스탈리맙이다. 이는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투여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SC 제형 변경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알테오젠의 경쟁사인 할로자임이 타깃별 독점 기술 계약을 맺고 있는 반면 알테오젠은 제품별 독점 기술 계약을 맺고 있어, 알테오젠이 더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할로자임의 기술이 이미 PD-1을 타깃으로 하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옵디보’, PD-L1(암세포나 일반세포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로슈의 ‘티센트릭’에 적용됐기 때문에 할로자임이 추가로 PD-1과 PD-L1 타깃 계약을 맺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할로자임은 고객사가 PD-1 등 특정 타깃에 대해 할로자임의 기술을 사용하기로 계약하면, 해당 타깃을 겨냥하는 다른 모든 약물에 대해 할로자임 기술을 쓸 수 없도록 막아버리는 방식을 쓴다.
이에 반해 알테오젠은 타깃이 아닌 개별 제품별로 독점권을 부여하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알테오젠에 대한 여전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1일 낸 보고서에서 “공개된 키트루다 SC 계약 조건 반영 시 밸류에이션 변경으로 인해 단기간 내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실적 추정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GSK 계약을 통해 특허 리스크도 명확하게 해결돼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 연구위원은 이 같이 판단한 근거로 “기존 할로자임과 계약한 이력이 있는 GSK가 알테오젠과 계약했다는 것은 알테오젠의 특허 리스크가 매우 낮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21일 낸 보고서에서 “이번 GSK 계약은 우리의 기대치가 높았던 것이지 기술이나 시장성 관련 열위 조건이 반영된 것이 아니다”라며 “2024년 11월 다이치산쿄의 엔허투(Enhertu) 계약도 계약금 2천만 달러와 마일스톤 2억8천만 달러 등 3억 달러 규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계약 규모에 대한 우리의 기대감이 매우 높아진 편이지만, 엔허투나 젬퍼리류의 계약 수 자체가 많아지면 계약 규모만 키운 딜 한두 개보다 현금 유입 속도가 더 빠르고 안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테오젠 개인 2대주주인 ‘슈퍼개미’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쓰 대표도 22일 블로그를 통해 “다소 매출의 기간 변동이 있을 뿐,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들의 방향성이나 그에 따른 투자 아이디어들은 훼손된 게 없으니, 당분간 알테오젠에 대한 특별한 주식 비중 조절 없이 그대로 보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