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에서 특검의 구형보다 더 높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중형 선고의 이유로 12·3 비상계엄 사태가 '위로부터의 내란'으로서 과거 내란과 다르게 국내 정치·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2025년 10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과거 '아래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는 기존 내란사건과 12·3 내란은 여러 관점에서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12·12 군사반란과 관련한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12·12 군사반란은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직후 전두환·노태우 중심의 육군 신군부(하나회)가 주도한 내란을 일컫는다. '아래로부터 내란'이라는 것은 집권세력이 아닌 신군부가 권력을 잡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 붙여진 표현으로 보인다.
당시 신군부는 박 전 대통령 사망 직후 권력 공백을 틈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불법 체포하고 1, 5공수여단 등 병력을 동원해 국방부와 육군본부를 점령해 내란에 성공했다.
대법원은 12·12 군사반란의 위법성을 다뤘던 1997년 재판에서 12·12 군사반란의 주요 임무 종사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에서 한덕수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보다도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은 것이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한 전 총리의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먼저 12·3 비상계엄으로 발생한 정치 경제적 손실이 과거 12·12 군사반란을 비롯한 내란사건에 견줘 더 막대하다고 바라봤다.
이 부장판사는 "기존 내란 사건이 발생하였던 시기와 12·3 내란이 발생한 시기에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며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고, 국제무역과 정치 등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위상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12·3 내란이 단시간에 종료된 이유는 계엄에 저항한 국민과 소극적으로 가담한 군인과 경찰들의 공이 크다는 점도 짚었다.
이 부장판사는 "12·3 내란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고 내란행위 자체가 단시간에 종료된 것은 무엇보다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다"며 "이에 더해 신속히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의결한 일부 정치인들의 노력과 위법한 지시에 저항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 공무원의 행동에 의한 것이다"고 말했다.
12·3 내란이 오래 지속됐다면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점도 무거운 형을 내린 이유로 꼽았다.
이 부장판사는 "일단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이 발생하면 이로 인해 막대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며 "혹시라도 내란이 성공했다면 국민적 합의로 성립한 현재의 헌법질서를 원래대로 회복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