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으로 촉발된 이란 시위가 2주 넘게 격화되면서 사상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실제 개입할지, 그리고 어떻게 개입할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 한 것. ⓒ 허프포스트코리아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인권(IHR)'은 현지시각으로 11일 기준 이란에서 시위와 진압과정에서 사망한 사람이 최소 192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 단체가 9일 발표한 사망자수 51명에서 약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IHR은 이란 정부당국이 9일부터 현지에서 인터넷과 통신을 60시간 넘게 차단한 점을 짚으면서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시위 과정에서 2천 명 이상이 사망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차단으로 소통수단이 사라진 이란 시민 가운데 일부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인공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를 활용하기도 했지만 현재 이마저도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이란의 정치적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과 관련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행정부는 이번 이란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곧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여러 군사옵션을 보고 받았으나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란 내 표적 타격부터 사이버 공격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옵션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행정부 내에서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중동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시위운동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이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경제 제재를 통한 압박을 심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14년 간의 내전 끝에 경제적 압박으로 무너진 사례가 있다.
국제정치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의 대규모 시위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체제의 경제운용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학생이 아닌 상인들이 시위의 시발점이 된 시위는 정권 붕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싱크탱크 '보르스 앤 바자르 재단'의 에스판디야르 바트망헬리드지 대표는 이번 시위가 시장 상인들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이 상징적이고 큰 의미를 지닌다고 짚었다.
그는 "이번 시위를 시작한 상인들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을 이끈 시위를 촉발한 주역들이다"며 "시장 상인들은 다른 사회 집단과 달리 모두 함께 가게문을 닫고 거리로 나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시위에서는 상인들을 중심으로 '이란에 자유를'이라는 구호가 나왔으며 전국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독재자에게 죽음을,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반정부 구호로 확대됐다.
앞서 이란 정권은 지난 5일 경제난으로 시위가 확산되자 8천만 명 이란 국민들에게 매달 1인당 100토만(약 1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유화책을 내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란 정권이 시위를 폭력진압하면서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 하메네이 정권이 반정부 시위와 미국 공격 위협이라는 사상 초유의 내우외환 위기에 처한 가운데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의 귀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시위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무너진 팔레비 왕조 복귀 요구를 내건 구호는 거의 없었기에 때문에 이번 구호가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팔레비 왕세자는 폭스뉴스의 '선데이 모닝퓨처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첫 기회가 오는 대로 이란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며 "이란을 해방시켜 영구적으로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도록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