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우리 회식 끝나고 집에 가다 다치면 산재가 되겠죠?", "승변, 나 오늘도 회식이야. 이러다 길가다 쓰러지면 산재 아니야?”라고 말이죠. 실제로 연초가 되면 회식 후 다쳤는데 산재(산업재해)신청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합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하여 편집한 일러스트. ⓒ 허프포스트코리아
실제로 사고가 터지면, 근로자는 “부장님이 가자고 해서 억지로 끌려갔으니 업무다"라고 주장하고, 회사는 "자기가 좋아서 마시고 놀다 다친 걸 왜 회사 탓을 하느냐"고 맞설 것입니다. 과연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실무에서 가장 다툼이 치열한 것은 '2차 회식'입니다. 보통 1차는 공식적인 업무로 보아 산재를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는데, 2차부터는 '사적인 친목 도모'로 보아 산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각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식 후 다쳤을 경우 산업재해를 보다 잘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2차 노래방 회식 후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경우도 있습니다.
건설현장 안전팀장이었던 A씨는 공사현장 소장이 주관한 1차 회식 후, 소장의 제안으로 이어진 2차 노래방 회식까지 참석했습니다. 이후 귀가하다가 무단횡단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1·2심은 "2차 회식은 사적인 모임"이라며 산재를 부정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산재로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던 것입니다.
당시 법원은 단순히 '2차'라는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주도했는가”를 핵심으로 봤습니다. 해당 사건에서 대법원은 ① 총괄책임자인 소장이 참석을 제안했고 ② 비용을 전액 법인카드로 결제했으며 ③ 위계질서상 직원들이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들어, 2차 회식 역시 '업무의 연장'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좀 더 쉽게 정리하면, "상사가 주도하고 법인카드를 긁었다면" 2차로 노래방을 가는 것도 사무실의 연장선으로 본 셈입니다.
그렇다면 회식 자리에서 다치면 무조건 산재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근로자의 '자발적 과음'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또 다른 판례를 보면, 회식 중 근로자가 만취하여 추락 사고를 당했더라도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습니다.
근로자 B씨는 회사 회식에서 평소 주량보다 훨씬 많은 술을 마시고 만취 상태가 되어, 회식 장소 건물 내에서 추락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경우에 대법원은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업주가 술을 강제로 권하거나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았는데도, 근로자가 스스로 주량을 초과해 마셔서 사고가 났다면 이는 업무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과음'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판례의 태도를 종합해보면, 회식 산재의 핵심은 '강제성'과 '비용 부담'으로 요약됩니다. 만약 불의의 사고로 산재 신청을 고민 중이라면 다음 두 가지를 꼭 기억하세요.
첫째, 회식비 영수증입니다. 법인카드 결제 내역은 그 자리가 '공적인 자리'였음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둘째, 단톡방 공지입니다. 상사가 참석을 독려하거나 "빠지면 안 된다"는 뉘앙스의 메시지는 강제성을 입증하는 키포인트가 됩니다.
많은 분이 "내가 산재 신청을 하면 회사에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걱정하십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산재보험법상 일정한 요건 하에서는 산재 처리를 해주더라도 회사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눈치 보지 말고 정당한 권리를 찾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소송보다 중요한 건 안전입니다. 이번 연말연초의 회식, '법인카드'보다 중요한 건 동료의 안전 귀가 아닐까요?
글쓴이 김승현 변호사는 법무법인 선인 파트너 변호사다. 한양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거제시에서 행정법률 자문 공무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다양한 소송 현장을 누비며 법적 문제를 해결해 왔다. ‘승변’은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뜻에서 그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복잡한 법전 속에 갇힌 법률 상식이 아니라, 당장 내 삶을 지켜주는 유용한 생활 법률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