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긴 세월 동안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울분을 삼켜온 6천여 명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국가 책임’이라는 명확한 답을 내놨다. 이 대통령이 직접 미온적이었던 정부의 과거 대응을 사과하고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책임 배상을 약속함에 따라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열린 희귀질환 환우·가족 현장소통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사회적 ‘참사’로 명확히 하고,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세워 피해를 온전히 배상하겠다”며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개정 또한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폐 손상 등을 일으킨 사건이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최초로 확인됐으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11월30일 기준으로 피해를 신고한 8035명 가운데 5942명에 대해 피해를 인정했다.
하지만 기업의 회피와 정부의 소극적인 구제책 속에 피해자들은 오랜기간 동안 법적·경제적 사투를 벌여왔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명확한 방침에 따라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했다.
먼저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참사’로 명확히 규정하고 기존 ‘피해구제’ 체계를 책임에 따른 ‘배상 체계’로 전면 전환한다.
적극적 손해인 치료비와 소극적 손해인 일실이익, 위자료 등을 지급하고 피해자의 건강 특성을 고려해 배상금 수령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한다. 피해자는 일시금 수령 방식 또는 일부 금액을 먼저 수령한 후 치료비는 계속 수령하는 방식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국가 주도의 추모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목적에 '추모'를 추가하고 추후 피해자들과 협의를 통해 추모일을 지정해 공식 추모행사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기업이 단독으로 지던 손해배상 책임을 기업과 국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국가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하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출연 이후 중단됐던 참사 피해자 배상금 정부 출연을 2026년 100억 원을 시작으로 재개한다.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 소멸시효는 폐지하고, 배상금 신청부터 지급 결정기간 동안은 단기 소멸시효 진행을 중단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 단체는 지난 6월 이 대통령의 취임사와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모발언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언급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국가의 공식 사과와 피해자 배·보상 이행계획 제시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사과와 정부 종합대책 발표는 이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잊고 있지 않았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 대통령은 “2011년 원인이 밝혀지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고 그 이후로도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면서 “학생, 군 복무 중 청년, 직장인 등 각자의 자리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세심히 살필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