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언급한 북한 매체 개방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북한 노동신문 자유 구독에 찬성 입장을 밝혔고, 윤석열 정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도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국민의힘 일각에서 이 대통령의 노동신문 구독 허용을 두고 ‘대북 안보관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비판을 내놨지만 당내 중진 의원이자 윤석열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권영세 의원이 다른 견해를 밝힘에 따라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통령께서 북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의 공개 의사를 피력하신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만약 노동신문을 자유롭게 구독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대국민 반공교육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특히 국민의힘 중진이신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도 합장한 것은 의미가 있는 입증”이라며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 통일부의 적극적인 검토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동신문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차단돼 있다. 허가를 받은 연구자와 기자만 접근이 가능하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우리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열어둬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을 내놨다. 우리 국민들이 북한 매체를 보고 선전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는데 굳이 막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적 시각에서 노동신문을 못 보게 막는 이유가 뭐냐, 국민이 (북한의) 선전에 넘어가서 빨갱이가 될 까봐 그런 것 아니냐”며 “그럴 가능성이 있나? 오히려 북한 실상을 알게 돼 '와, 저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북한에 대해 굴종’이라 규정하며 날을 세웠다.
장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50년 동안 꺼지지 않았던 대북방송을 꺼버렸다. 대북 전단 보낸 것을 북한에 사과하고 싶다며 국민 염장을 질렀다"며 ”그랬던 대통령이 북한 노동신문을 놓고는 우리 국민들이 못 보게 막지 말라고 호통쳤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지금 이재명 정부가 가는 목적지는 '평화통일'이 아니라 무장해제하고 북한에 '백기투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와 북한의 체제 경쟁을 이미 끝난 만큼 북한 노동신문 개방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바라봤다. 북한의 선전에 넘어갈 국민이 없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한다는 취지다.
권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서 “노동신문을 보고 거기에 현혹될 우리 국민은 없다. 이제 우리 사회를, 우리 국민들을 신뢰하고 북의 자료들에 대해 개방할 때가 됐다”며 “북은 체제에 대해 확신이 없는 사회이고 그에 반해 우리 사회는 우리 체제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어 “이제 우리 국민들도 북의 노동신문을 보며 그냥 믿고 현혹되기보다는 오히려 북한 체제가 어떤 언어로 자신을 정당화하려 하는지,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꿰뚫어 볼 수 있을 만큼 성숙하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이 이러한 주장을 펼친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가 이미 북한 노동신문 개방을 추진했던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통일부 업무추진계획에 북한의 신문·방송·출판물에 대한 단계적 개방을 담은 바 있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의 노동신문 개방 발언을 비판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국민의힘은 스스로 추진했던 정책을 단지 이재명 정부가 검토한다는 이유로 ‘안보 붕괴’로 몰아붙이는 이중잣대와 구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