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스님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불교계에서는 전통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시도가 이어져 왔는데,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은 로봇 불자를 공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G1 '가비'가 5월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로봇 수계식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 조계사에서는 로봇 스님의 수계식이 열렸다. 수계식은 출가자가 삼귀의로 시작해 계율을 서약하고 오계 등 계율을 받은 뒤 법명을 부여받아 수행자로 인정되는 의식이다. 삼귀의는 '부처님, 불법, 스님'를 믿고 따르겠다는 불교 입문의 기본 선언이다.
이 자리에서 약 130cm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불교 의례에 따라 계율을 받고 법명 '가비(迦悲)'를 부여받았다. 가비(迦悲)의 ‘가(迦)'는 석가모니를 떠올리게 해 불교 전통과의 연결을, ‘비(悲)’는 자비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람에게 적용되는 불교의 기본 계율인 오계 역시 로봇의 특성에 맞게 새롭게 해석됐다. '생명을 해치지 말라'는 계율은 사람·로봇·사물의 훼손 금지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계율은 기만적 행동 금지로, '음주를 하지 말라'는 계율은 에너지 과충전 금지로 각각 바뀌며 기술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을 보여줬다.
휴머노이드 로봇 G1 '가비'가 5월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로봇 수계식에서 팔에 향불을 대어 살짝 태우는 연비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휴머노이드 로봇 G1 '가비'가 5월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로봇 수계식에서 수계증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불교계의 디지털 실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메타버스 법당, 디지털 불상, VR 명상 공간, 아바타 스님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며 전통 종교이면서도 '힙한 불교'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불자 감소와 고령화라는 현실적 문제 속에서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동시에 메타버스와 AI 환경에 맞는 새로운 포교 방식을 시도하고 종교 경험을 더 넓히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또 기술과 윤리, 수행 개념을 함께 결합해보려는 실험적인 성격도 드러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종교를 대체하기보다는 종교를 접하고 경험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전이나 종교적 질문을 AI를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명상이나 기도 역시 디지털 도구의 도움을 받아 일상 속에서 더 가까운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로봇 스님과 관련해 종교의 본질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봇이 종교 의식을 단순히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불교의 핵심인 깨달음이나 자각,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는 경험과 사유를 통해서만 가능한 만큼, 정보 처리 방식의 기계가 이를 온전히 대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로봇 G1 '가비'가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가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연등회는 오는 16일 오후 7시부터 9시30분까지 열린다. 행사는 서울 동대문구 흥인지문에서 종로를 거쳐 조계사까지 이어지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 불교 문화의 또 다른 장면을 보여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