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파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대해 중징계를 내릴 것을 윤리위원회에 권고하면서 당내 반발이 심화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은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뉴스1
당사자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16일 저녁 성경구절을 인용해 '들이받는 소는 돌로 쳐 죽이고 임자도 죽이겠다'고 했다"며 "이 돌에 쳐 맞아 죽을 소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저를 의미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성경을 인용해 누굴 쳐 죽인다고 말한 것은 징계대상이 아닌가"라며 "본인 발언은 면책인가"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16일 김 전 최고위원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당내 분열을 조장하고 당론에 반하는 발언을 했으며 신천지 등 특정종교를 '사이비'로 규정하는 차별적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2년의 징계를 당 윤리위원회에 권고했다.
이번 권고 결정은 당무감사위원 7명 가운데 5명이 출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국민의힘 당규상 당원권 정지 징계는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가능하다.
앞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지난 달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징계 대신 '주의 촉구'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당무감사위원회가 한 달 만에 이 결정을 뒤집는 권고를 전달하면서 당내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주의 촉구' 결정을 내릴 당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를 이끌었던 여상원 전 윤리위원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와 드러나지 않는 갈등을 빚다가 사퇴하기도 했다.
여상원 전 윤리위원장은 11월17일 한 매체(연합뉴스)와 나눈 통화에서 "국민의힘 관계자로부터 빨리 사퇴 의사표시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며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한계의 핵심인물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중징계를 해 반대 계파를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바라본다. 장동혁 대표가 이끄는 지도부의 우클릭 행보에 힘을 싣기 위한 일종의 '내부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2025년 12월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군인 재해보상법 개정 촉구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 뉴스1
친한계에서는 당연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친한계의 수장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 "민주주의를 돌로 쳐죽일 수 없다"고 적었다.
친한계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당원권 정지는 단순한 징계가 아니다"며 "당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불편한 목소리를 침묵시키도록 하려는 의도로,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을 징계로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장동혁 대표가 이른바 '윤 어게인'이라는 프레임에 천착하면서 이른바 집토끼(강성 지지층)를 지키는 행보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당내에서 우호세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원조 친윤(친윤석열)'으로 불리는 윤한홍 의원이나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에서 시장을 지낸 권영진 의원이 장동혁 지도부에 비판적 의견을 내놓는 것에서 이런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윤한홍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서 "국민들은 비상계엄에 대해 잘못했다는 인식을 아직도 국민의힘이 갖고 있지 못한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비판이 거세다"며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정권을 비판하는 모습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판하는 꼴이다"고 말했다.
권영진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는 '중도는 없고 강성보수만 결집하면 나머지는 따라오게 돼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이대로 가면 2018년 지방선거 참패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짚었다.
권 의원은 "수도권 후보들이 장동혁 지도부의 노선으로 선거를 못 치른다고 판단하면 지도부 교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나오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